[ 아시아경제 ]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동남아시아 시장 점유율이 최근 5년 새 주요국 업체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는 2019년부터 2024년 10월까지 싱가포르(-18%포인트), 태국(-12%포인트), 말레이시아(-4.9%포인트), 인도네시아(-6.1%포인트) 등 동남아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 손실을 겪었다. 반면 중국 업체는 가장 가파른 속도로 점유율을 넓혀나갔다. 미국과 독일은 싱가포르에서 점유율이 소폭 늘기도 했다.

과거 일본 자동차업체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터줏대감’으로 불렸을 정도로 현지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았다. 하지만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중국은 강화된 미국·유럽의 대중 관세 부과 조치를 회피하기 위해 자동차 생산 공장기지를 동남아시아로 공격적으로 짓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일본 업체가 배터리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 수요를 기민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태국, 싱가포르에서 일본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2019년 50%를 넘었지만, 최근 35%까지 하락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 비야디(BYD)는 지난 6월 인도네시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BYD는 지난달 판매량 기준 인도네시아에서 6위로 올라섰다. BYD는 지난 7월 태국에 첫 동남아시아 지역 공장을 완공하기도 했다.

반면 일본 닛산은 최근 태국에서 2개 공장 중 1공장의 생산 일부를 줄이고 약 1000개의 일자리를 감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즈키는 내년 말까지 태국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일본 브랜드들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파트너십을 맺거나 장기 프로젝트에 투자해 차량용 소프트웨어, 고체 배터리 등을 개발 중이다. 올해 초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는 탄소 중립 연소 엔진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했고, 혼다, 닛산, 미쓰비시는 소프트웨어 및 전기차 인프라에 대한 협력을 위해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다만 중국의 공세가 계속되는 시점에서 일본 업체가 얼마나 우위를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수석 자동차 애널리스트인 요시다 타츠오는 “중국 업체는 (미국·유럽의) 관세 발효 이전부터 공세를 취해왔고 앞으로 더 강화할 것”이라며 “중국 업체 생산이 앞으로 두 배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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