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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10조' GS리테일 이끌 40대 오너家 4세…편의점 업계 '사돈 혈투'
    입력 2024.11.2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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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자산총액 10조 규모의 GS리테일을 이끌 새로운 사령탑으로 40대 오너가 4세가 나왔다. 유통업계는 올 들어 고물가와 경기 위축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빠르게 세대교체가 진행 중인데, GS리테일도 40대 최고경영자(CEO)를 앞세워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GS그룹은 27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GS리테일 신임 대표로 허서홍 부사장을 선임했다. 그동안 GS리테일을 이끌던 허연수 부회장은 조카인 허 신임 대표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용퇴한다. 허 부회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올해를 마지막으로 GS리테일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후임으로 허서홍 부사장이 대표이사직을 맡는다”고 밝혔다.

GS리테일 '젊은 피' 수혈…신사업 속도낸다

허서홍 신임 대표는 1977년생으로 오너가 4세다. 그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이자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5촌 조카다. 허연수 부회장은 허광수 회장의 사촌 동생이다. 또 허 대표는 편의점 사업 경쟁사인 CU 운영사 BGF리테일 홍석조 회장의 조카사위다. 홍정국 BGF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은 허서홍 내정자 부인인 홍정현씨의 사촌 동생이다. 편의점 업계 양대산맥인 GS리테일과 BGF리테일은 사돈 관계로, 갈수록 치열해진 편의점 시장에서 경쟁이 불가피하다.

허서홍 GS리테일 신임 대표이사. GS리테일 제공.

허 대표는 서울대 서양사학과,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2006년 GS홈쇼핑 신사업팀 대리로 입사해 근무했다. 이후 2012년 GS에너지 LNG 사업팀 부장으로 이동해 GS에너지 경영지원본부장 전무, GS미래사업팀 부사장을 지냈다. 지난해 11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GS리테일 경영전략 서비스 유닛장 부사장에 임명돼 GS리테일에 합류했다.

허 대표는 지난 1년간 GS리테일에서 전략, 재무, 신사업 등 경영 전반을 맡아 리테일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특히 그는 GS그룹 재직 시절 에스테틱 기업 '휴젤' 인수를 주도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탁월한 안목을 지녔다는 평가다. GS그룹은 40대인 허 대표를 통해 GS리테일에 새로운 변화와 성장의 물고를 튼다는 복안이다. GS그룹은 다른 그룹보다 세대교체가 빠른 편이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허윤홍 GS건설 대표 모두 40~50대로 젊은 대표들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성장 정체 GS리테일, 어깨 무거워진 허 대표

다만 현재 유통산업만 놓고보면 허 신임 대표의 어깨는 무겁다. GS리테일은 최근까지 매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수익성은 계속 뒷걸음 중이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8조692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3%가량 성장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211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나 급감했다. 2분기부터 편의점과 홈쇼핑 부문,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대손상각 등이 반영되면서다.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편의점 사업의 경우 1위 경쟁으로 수익성이 계속 축소하는 모습이다. 올해 누적 기준 GS25의 매출액은 6조4689억원, 영업이익은 1641억원이다. 매출액은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소폭 줄어들었다. 3분기만 떼어 놓고 영업이익(729억원)이 지난해보다 5% 줄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출점 경쟁으로 운영점이 늘면서 비용이 커졌고 광고 판촉 비용 규모도 증가해 수익성이 떨어진 것이다. BGF리테일이 바짝 추격하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3분기 BGF리테일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2조2356억원, 912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나란히 5.4%, 5% 신장했다.

홈쇼핑도 부진하다. 과거 업계 1위였던 GS홈쇼핑은 송출 수수료 증가로 수익성이 대폭 악화됐는데, TV 시청 인구가 감소하는 트렌드 속에서 모바일 전환이 늦어지면서 올해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했다.

신사업 강화를 위해 투자했던 회사들의 실적이 저조한 것도 부담이다. 올해 누적 기준 GS리테일의 지분법평가손실액은 895억원에 달한다. 지분법평가손실이란 투자한 회사의 손이 가운데 보유지분만큼 자사의 손실로 반영한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허 대표는 요기요의 운영 법인인 위대한 상상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쿠캣의 기타비상무이사에 오르며 사업 포트폴리오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이 때문에 허 대표는 편의점, 홈쇼핑 등 본업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발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GS리테일은 호텔 사업부인 파르나스호텔을 12월 1일 인적분할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서기도 했다. GS그룹 관계자는 "GS그룹 재임 시 그룹 전반의 신사업 밑그림을 그리는 등 탁월한 안목을 발휘했다"며 폭넓은 비즈니스 경험을 토대로 리테일 비즈니스의 지속 성장과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허연수 부회장 '용퇴'…신사업 청사진 제시
허연수 GS리테일 대표

그동안 GS리테일을 이끈 허연수 부회장은 이날 용퇴를 알리면서 이례적으로 경영 방향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허 부회장이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보면 플랫폼BU 산하 O4O 부문에 퀵커머스실을 승격해 전담 조직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홈쇼핑 부문에서는 홈쇼핑사업부와 모바일사업부를 통합해 '통합채널사업부'로 재편하고 모바일 중심의 마케팅을 강화하겠다고 알렸다. 40대 조카에게 경영을 물려주면서 조직을 추스릴 수 있도록 허 대표에게 힘을 싣어주는 대목이다.

허 부회장은 GS리테일에 몸담았던 지난 20여년 동안 회사 성장을 위해 애써왔다. 2003년 LG유통(현 GS리테일) 신규점 기획 담당으로 유통업에 처음 발을 들인 허 부회장은 2007년 편의점사업부 MD 부문장 전무, 2010년 영업, MD본부장 부사장을 거쳤다. 이후 그는 2015년 GS리테일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고, 2019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허 부회장은 GS리테일 수장으로 있는 동안 편의점 GS25를 업계 매출 1위로 끌어올리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기업형 슈퍼마켓인 GS슈퍼마켓도 업계 1위로 끌어올려 알짜 사업으로 키워냈다. 2021년에는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을 주도하며 온라인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힘썼다. 허 부회장은 회사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도 했다. 허 부회장은 2021년부터 신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요기요(3077억원), 푸드커머스 업체 '쿠캣'(550억원), 당근마켓(200억원), 펫프렌즈(325억원) 등 굵직한 기업들에 투자를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모든 투자가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허연수 부회장은 '투자에 보수적'인 기업이라는 틀을 깨며 변화와 혁신을 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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