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한국이 3년 전부터 중국에 전기·기계 등 첨단 산업 수출 경쟁력에서 역전당했고 첨단기업 연구개발(R&D)비도 중국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말 일몰 예정인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기한을 연장하는 등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28일 발표한 한국과 중국 첨단산업 수출입 데이터, 첨단기업 재무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올 1~8월 첨단산업 무역특화지수(TSI)는 한국 25.6, 중국 27.8이다. 무역특화지수는 특정 상품의 비교 우위를 나타내는 지수로, 양수(+)면 순수출국, 음수(-)면 순수입국이라는 뜻이다. 높을수록 경쟁력이 강하다는 의미다. 2022년 이후 3년 연속으로 중국 지수보다 낮았다.
전기, 기계에서는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전기 격차는 2014년 17.1포인트(한국 24.7·중국 41.8)에서 올해 63.2포인트(한 5.3·중 68.5)로 벌어졌다. 기계는 같은 기간 17.1포인트(한 11.3·중 28.4)에서 39.7포인트(한 12.3·중 52.0)로 격차가 확대됐다. 모빌리티는 75.6포인트(한 67·중 -8.6)에서 6.3포인트(한 61.7·중 55.4)로 좁혀졌다. 화학도 43.9포인트(한 23.4·중 -20.5)에서 23.5포인트(한 32.3·중 8.8)로 좁혀졌다. 중국 모빌리티는 2018년, 화학은 2022년부터 각각 무역특화지수가 플러스(순수출)로 전환되면서 한국과 본격 경쟁 구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R&D 투자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한경협이 S&P글로벌 데이터를 활용해 양국 기업(본사) 3만2888곳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국 첨단기업은 R&D 비용 510억4000만달러(약 71조원)를 지출한 반면 중국은 2050억8000만달러(약 286조원)를 썼다. 매출 대비 R&D비 비중도 한국 3.5%, 중국 4.1%였다. R&D 비용 증가율의 경우 한국은 2013년 대비 연평균 5.7%, 중국은 같은 기간 연평균 18.2%를 기록했다.
한경협은 한국 첨단 산업 경쟁력 우위 확보를 위해 투자 규모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했다. 기업 투자를 늘리려면 정책 지원을 통해 R&D 연구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우선 올 연말 일몰되는 조특법상 국가전략기술 R&D 및 사업화시설 투자 세액공제 혜택 기간을 조속히 늘려야 한다고 했다. 국가전략기술에 인공지능(AI), 방위산업, 원자력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가전략기술 지정 방식도 현행 포지티브(허용 사항 외 모두 금지)에서 네거티브(금지 사항 외 모두 허용)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액공제 과정에서 직접 환급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직접 환급 제도는 당해 연도에 적자 때문에 세금을 못 내서 세액공제를 온전히 받을 수 없는 경우 차액 또는 공제액 전체를 현금으로 환급하는 제도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시행 중이다. 직접 환급 제도 도입이 여의치 않으면 이월 기간을 현행 10년보다 더 늘려달라고 했다. 지금은 10년 안에 이익이 나면 이월해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이 기간을 늘려달라는 것이다.
아울러 시설투자 공제 대상에 토지·건물 등 유형자산, R&D 시설·장비도 포함해달라고 했다. 현행법상 기계장치 등 유형자산, 사업화시설만 세액공제 대상이다. 첨단 산업 시설 투자에서 토지·건물 관련 비용 비중이 30~50%가량 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국내 첨단 산업 경쟁력이 중국에 밀리지 않으려면 세액공제와 더불어 투자보조금 지원,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정책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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