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1조원에 육박하는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 부문을 품으며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결렬됐던 외부로의 매각 작업을 재추진하는 대신, 관련 사업의 외형 확대와 중장기적 시너지를 노린 결정이다.

효성티앤씨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사업 부문을 9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효성티앤씨는 내년 1월 23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인수 안건을 의결하고, 이르면 내년 1월까지 최종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효성화학은 IMM-스틱인베스트먼트와 특수가스 사업 부문 매각을 논의해왔으나 지난달 결렬된 바 있다. 이 사업부가 주로 생산하는 삼불화질소(NF3)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이물질을 세척하는 데 쓰이는 특수가스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에 제품을 공급한다. 최근 3년간 규모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약 565억원에 달할 정도의 우량 사업인 덕에 매각 예상 가격은 1조1000억~1조3000억원 수준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결렬 후 조현준 회장이 외부 매각을 재추진하는 대신 인수를 결정하면서, 당장 효성티앤씨는 9200억원의 인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회사 측은 확보한 매출채권 등 유동자산을 활용한다는 방침이지만, 매출채권을 한꺼번에 현금화하는 데에는 제약이 따를 뿐 아니라 할인율 적용이 불가피해 외부 차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효성티앤씨의 현금성 자산은 980억원에 그친다. 회사의 부채비율이 160% 수준으로 다른 계열사 대비 높지 않지만, 차입금이 불어날 경우 재무 구조 악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무 부담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은 관련 사업의 외형 확대와 향후 성장 동력 발굴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1위인 효성티앤씨 스판덱스 부문은 업황 변화에 따라 부침이 심한 잠재적 리스크가 있는 만큼, 반도체 시장 업사이클 전환 및 성장에 수혜가 기대되는 특수가스 사업을 품으면서 기존 사업부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7년 NF3 생산을 시작한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사업은 현재 울산과 충북 옥산에 연산 8000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효성티앤씨가 2016년부터 중국 취저우에서 운영 중인 연산 3500톤 규모 설비를 고려하면 이번 인수 후 효성티앤씨의 NF3 생산능력은 연산 총 1만1500톤, 세계 2위로 도약하게 된다. 인수 전 효성티앤씨의 글로벌 NF3 생산능력 순위는 SK스페셜티(1만3500톤), 중국 페릭(9000톤)에 이어 3위 수준이었다.

한편,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실적은 지난해 기준 매출액 1648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영업이익률 12%), EBITDA 500억원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2021년 말 522%에서 지난 3분기 말 기준 9779%까지 뛴 상태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