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과 체결한 비밀유지계약(NDA)을 어기고 기밀 자료를 적대적 M&A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MBK 측은 정보 교류 차단 장치인 '차이니즈월(Chinese Wall)'이 철저히 지켜졌다고 반박했지만, 업계에서는 핵심 임원들의 업무 중복과 내부자료를 근거로 차이니즈월이 유명무실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과 체결한 비밀유지계약(NDA) 위반 의혹을 부인하면서 내놓은 해명에 의구심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MBK가 강조하는 '차이니즈월'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정황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MBK는 2년 전 고려아연과의 신규 투자 검토 과정에서 신사업 관련 기밀 자료를 넘겨받았으나 최종적으로 투자는 불발됐다.
그러나 최근 MBK의 바이아웃 부문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추진하자, 업계에서는 과거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부문에서 제공받은 기밀 자료가 이번 경영권 인수 시도에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MBK 측은 이에 대해 "스페셜 시튜에이션스와 바이아웃은 독립된 부문이며, 두 조직 간 정보 차단 장치인 차이니즈월이 철저히 유지됐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MBK 내부자료를 통해 이 해명이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MBK의 내부 문서에서는 이인경 부사장(CFO)을 포함해 차영수 운영 파트너, Hyosung Christie Tang, Xuan Yan, Shinich Mochida 등 주요 임원 5명이 스페셜 시튜에이션스와 바이아웃 부문의 업무를 동시에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MBK파트너스의 최종 의사결정 구조 정점에 위치한 핵심 인사들로, 두 부문 간 정보 차단이 실질적으로 지켜졌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특히 이인경 부사장은 MBK 홍콩 법인의 등기 임원이면서 동시에 바이아웃 부문의 핵심 업무에도 관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구조에서는 정보 교류가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MBK의 차이니즈월이 유명무실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MBK의 투자위원회(Investment Committee)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김병주 의장, 부재훈 부사장, Stephen Le 파트너, 브라이언 민 최고운영자(COO) 등 투자위원회 멤버들이 모두 스페셜 시튜에이션스와 바이아웃 부문을 동시에 관장하고 있는 상황이 드러나면서, 양 부문 간 정보 차단이 불가능했을 거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브라이언 민(민병석)은 2년 전 고려아연과의 비밀유지계약에 서명했던 인물로, 내부자료상 스페셜 시튜에이션스와 바이아웃 업무를 병행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NDA 위반 의혹의 핵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MBK의 해명이 구체적 근거가 없어 힘을 잃고 있다"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소송과 함께 형사적 책임까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사모펀드의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감안하면 MBK의 차이니즈월 해명은 신뢰하기 어렵다"며 "MBK가 이번 의혹을 명확하게 해소하지 못하면 시장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크게 잃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MBK파트너스가 실질적인 반박 근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비밀유지계약 위반 의혹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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