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코노미뉴스 김국헌] 포스코와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2024년 임단협 장점합의안을 마련하면서 파업을 피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생기게 된 '노사상생기금' 80억원의 경우 향후 문제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가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어서 투명하게 사용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노사상생기금 200억 VS 15억 대립하다 80억 확정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노조는 지난 17일 13차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 협상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포스코 노사는 지난 6월27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6개월간 본교섭 13차례, 실무교섭 24차례를 진행해 왔다.
회사와 노조가 마련한 잠정 합의안은 △기본급 10만원 인상 △일시금 600만원 지급(전통시장 상품권 50만원 포함) △복지포인트 인상(129만→150만원) △하계휴가 신설 △노사상생기금 80억원 출연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재 포스코 노조는 조합원 대상으로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교섭위원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가 잠정합의안 설명회를 갖고 있다. 18일과 19일에는 광양제철소에서 설명회가 열리고, 20일과 23일에는 포항제철소에서 설명회가 열린다.
2024년 임단협은 많은 부분에서 노사의 의견이 엇갈리며 타결이 지연돼 왔다. 노조는 창사 이래 최초로 파업을 하겠다며 으름장을 놨지만 잠정합의안 마련으로 포스코는 파업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조만간 있을 원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최종 확정되며, 곧이어 조인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올해 교섭이 파업 없이 타결된다면 포스코는 1968년 창사 이래 무분규의 전통을 계속해서 이어가게 된다.
이번 잠정합의안 마련에 끝까지 발목을 잡으며 노사간 이견이 갈렸던 것은 바로 '노사상생기금' 건이다. 포스코 노조는 노사상생기금으로 애초에 200억원을 달라고 주장해왔고, 포스코는 금액 규모 자체가 "터무니 없다"며 15억원을 제시했다. 노조는 이를 "부족하다"며 반대했고, 결국 80억원으로 협상을 마쳤다.
80억원 노사상생기금 어디에 쓸지 '오리무중'...향후 문제될 가능성 있어
80억원의 노사상생기금은 노조가 자율적으로 집행할 예정이다. 세부적 사용계획을 노조가 사측에 보고할 의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노사상생기금이 처음으로 마련됐기 때문에 앞으로 매년 노사상생기금이 조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논조 입장에서는 대단한 성과를 냈다.
현재 포스코 노조는 약 8000명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노사상생기금 80억원은 노조원 8000명이 인당 100만원씩 나눠가지면 되는 액수다. 취재 결과 포스코 노조는 이 금액을 노조원 8000명에게 나눌 계획은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포스코 노조 관계자는 "80억원을 직원들에게 현금 지급할 계획은 없는 것을 안다"며 "향후 사용처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포스코 노조가 80억원이나 되는 노사상생기금을 획득하는데 성공했지만 어디에 쓸지는 사측도, 노조원들 대부분도 알지 못하는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노조원을 확보하는데 쓸지, 노조원 복지를 늘리는 데에 쓸지 아직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포스코 노조가 사측 동의 없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용출처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부정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사측에 보고할 필요도 없는데 노조 간부가 함부로 사용하면 이를 누가 막을 것인가.
이같은 우려는 과거 포스코 노조가 간부의 비리사건으로 이미 와해가 된 적이 있기 때문에 설득력을 갖는다. 포스코는 지난 1987년 민주화 열풍에 힘입어 1988년 조합원 1만8000명을 거느린 한노총 계열의 거대 노조가 탄생했지만 1991년 3년 만에 급격하게 힘을 잃으며 와해된 바 있다. 노조 간부의 금품수수 비리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이후 30년 가까이 사실상 무노조 경영이 이어져왔다.
이번에 한노총 중심의 노조가 8000명의 조합원을 확보하며 부활한 상황에서 80억원의 노사상생기금이 노조 발목을 잡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문제가 없으려면 포스코 노조 집행부는 80억원의 사용출처를 투명하게 사용하고 공개해야 뒷탈이 없을 것이다. 애써 어렵게 다시 만든 노조가 또다시 와해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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