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주도하는 국제 컨소시엄이 2조 8000억 원 규모의 루마니아 원전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하며 원전 수출 역사를 새롭게 썼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한수원, 캐나다 캔두 에너지, 이탈리아 안살도 뉴클레어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루마니아원자력공사(SNN)와 체르나보다 원전 1호기 설비 개선 사업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30년 운영 허가가 만료된 체르나보다 1호기의 압력관 등 원자로 계통과 터빈발전기 계통을 전면 교체하고, 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 등 인프라를 새로 구축하는 대규모 개보수 공사다. 이는 건물의 뼈대만 남기고 모든 것을 새로 짓는 주택 전면 리모델링에 비견된다.
체르나보다 1호기는 한국의 월성 2·3·4호기와 동일한 중수로 방식 캔두-6(700MW) 노형이다. 이번 계약에서 캔두 에너지는 원자로 계통 설계 및 기자재 조달을, 안살도 뉴클레어는 터빈 계통 설계를 담당한다. 한수원은 주기기 및 보조기기 교체와 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 건설을 포함한 시공 전반을 맡는다.
전체 사업 규모 2조 8000억 원 중 한수원이 담당하는 부분은 약 1조 2000억 원이다.
공사에는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삼성물산, 한전KPS 등 한수원 협력업체들이 참여하며, 내년 2월 착공해 약 65개월 동안 진행된다.
이번 컨소시엄은 발주사인 SNN의 주도 아래 지난해 10월 루마니아에서 결성됐다. 당시부터 최종 수주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으며, 이번 계약으로 그 전망이 현실화됐다.
이번 수주는 2022년 8월 3조 원 규모의 원전 터빈·발전기 계통 건설 사업에 이어 2년 만에 또다시 조 단위 원전 사업 수출을 이뤄낸 사례다. 세계적으로 운영 허가가 만료된 원전을 개보수 후 안전성을 검증받아 운영을 연장하는 "계속 운전"이 늘어나는 가운데, 한국이 관련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부는 "이번 계약을 통해 우리 원전 기업이 해외 원전 계속운전 프로젝트에 처음으로 참여했다"며 "향후 중수로형 설비·시공 수출과 계속운전 사업으로 원전 수출 방식이 다각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한수원이 50여 년간 축적한 운영·정비 기술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한번 인정받은 성과"라며 "체르나보다 원전 설비 개선의 성공적 완료를 통해 한수원의 글로벌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체르나보다 사업 외에도 체코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내년 3월 체코 발주사와 최종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다. 사업비가 2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 프로젝트는 한국과 체코 간 협력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체코 당국은 최근 한국과의 계약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토마스 엘러 체코 산업부 원자력신기술 담당 국장 대행은 "우선협상대상자인 한수원과 투자자 측 간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며 "현재로서는 계약 체결이나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가 지연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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