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항공업계가 울상이다. 유류비와 리스비 등을 모두 외화로 결제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커진 것이다. 동계 여행 비수기까지 겹쳐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느는 분위기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45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날 종가는 1451.9원으로 2009년 3월16일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인하 속도조절을 시사하면서 금융시장에 충격을 안긴 것이다.
겨울철 비수기와 겹치면서 항공사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항공사 주요 비용인 유류비와 리스비, 현지 조업비 등은 모두 달러로 결제한다. 3분기 말 대비 원·달러 환율이 10% 이상 오르면서 비용 부담도 더 커졌다. 대한항공은 3분기 말 사업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270억원가량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현금흐름도 140억원가량 변동할 수 있다고 봤다. 3분기 말 환율은 1319원대였던 만큼 이미 3500억원에 이르는 외화평가손실이 늘어난 셈이다. 다만 업계에선 대한항공 같은 대형항공사(FSC)의 경우 여객 매출의 40%, 화물 매출의 75%가량이 외국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외화 수입이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저비용항공사(LCC) 여건은 더 안 좋다. 주로 한국인이 해외로 나가는 아웃바운드 수요가 매출의 근간이고 화물 매출 비중도 크지 않다. 달러 수입을 얻을 기회가 대한항공보다 크게 적다는 의미다. 항공기도 대부분 리스(금융리스 및 운용리스) 형식으로 조달하는 만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항공기 리스부채 규모도 덩달아 커진다. 외화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과 리스항공기에 대한 정비 충당부채도 모두 오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과거 탄핵 정국에도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이 오래가진 않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달러당 1400원대로 굳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환 헤지 고민이 커지고 있다"며 "4분기에는 흑자만 기록해도 선방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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