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 중 하나인 노드스트롬이 뉴욕증시 상장 50여년 만에 회사를 비공개로 전환한다. 인플레이션과 소비 트렌드 변화로 백화점 업계가 경영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단기적인 투자자 압력과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노드스트롬은 23일(현지시간) 회사 창립 일가인 '노드스트롬 가문'과 멕시코의 대형 소매업체 '엘 푸에르토 데 리버풀'이 회사의 유통주식을 62억5000만달러(약 9조원)에 인수해 비상장 기업으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거래는 내년 상반기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거래가 성사되면 노드스트롬 가문은 회사 지분 50.1%를, 리버풀은 49.9%를 소유하게 된다. 기존 노드스트롬의 보통주를 보유한 주주들은 주당 현금 24.25달러를 받는다. 이날 뉴욕증시 종가(24.17달러)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 3월 비공개 전환 소식이 처음 보도된 날보다는 42%가량 높은 가격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는 거래가 완료되면 주당 최대 25센트의 특별 배당금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노드스트롬은 그동안 매출 둔화와 주가 하락으로 여러 차례 비공개 전환을 위한 주식 인수를 타진해왔다. 노드스트롬의 연간 매출은 2018회계연도에 159억달러로 정점을 찍었으나 이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며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순이익이 76% 급락했다. 주가 역시 2015년 이후 70% 가까이 폭락한 상태다.
글로벌데이터의 닐 손더스 리테일 부문 전무이사는 야후 파이낸스에 "백화점 소유권이 변경된다고 해서 운영상의 모든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 및 후원자들이 사업에 대한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공개 시장의 단기적인 감시에서 벗어나 필요한 투자와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브랜드의 장기적인 건전성을 위해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매출 및 주가 하락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건 노드스트롬뿐만이 아니다. 아마존과 같은 e커머스의 득세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내수 위축으로 미국 백화점 업계는 소매업계에서 입지를 굳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드스트롬의 경쟁사인 메이시스는 올해 150개 매장을 폐쇄할 예정이며, '100년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온 명품 백화점 색스 피프스 애비뉴와 니만 마커스 그룹 역시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최근 합병을 단행했다.
골드만삭스의 브룩 로치 부사장은 "지난 몇 분기 동안 소매업계에서 목격한 것 중 하나는 대형 할인점과 같은 시장 점유율 수혜자와 이들과 긍정적으로 비교되는 신규성 및 혁신성을 가진 특정 브랜드들에 의한 시장 양분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로 인해 백화점은 전반적으로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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