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어서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 두 회사의 순이익이 환율로만 1000억원 가까이 날린 것으로 분석됐다. 원화 약세로 철광석 등 원자재 수입 가격이 오르면서 앉은 자리에서 수백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이다. 철강사들은 지난달 수립했던 새해 경영전략도 긴급하게 재수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극단적인 상황인 1500원이 뉴노멀이 되고 1600원까지 환율 시나리오에 포함하는 모습이다.
27일 포스코와 현대제철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포스코는 당기순이익(법인세비용 차감전)이 564억원 줄어들고 현대제철은 142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원·달러 환율은 27일 오전 9시30분 현재 1473.2원을 기록하면서 작년말(1290원) 대비 14% 넘게 올랐다. 환율이 지속적으로 오르면 순이익 감소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원화 약세로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외화환산손실이 1조원 넘은 상태다. 대량 원료를 수입하면서 외화 매입채무가 발생하는데 환율이 올라서(원화 약세) 채무 부담이 상승하게 된 것이다. 쉽게 말해 같은 양의 원료라도 원화로 더 비싸게 사야하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영업외 손실에 영향으로 주고 당기순손실을 키우게 된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도 93억원의 외화환산손실을 기록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는 환율 오름폭을 수정하느라 분주해졌다. 이들 기업들은 1500원을 넘어 1600원 가능성까지 내년 환율 시나리오 대상에 포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내년도 환율 변동폭을 설정했는데 계엄 사태 후 환율이 변동폭을 넘어서면서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전망은 경영연구원들이 내놓은 자료를 토대로 추정하고 있는데 최근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면서 "1500원, 1600원을 넘어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고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속도조절이 글로벌 미 달러 강세를 부추기며 원화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내년 1500원대 환율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제철은 사업부문별로 전략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원료 수급 부문에서는 환율이 더 오를 경우에 대비해 현물가 거래 보다 고정가로 거래하는 장기공급 계약 비중을 확대할 방침이다. 판매 부문에선 내수 보다 수출 비중을 늘려 환차손을 최대한 방어하는 전략으로 수정하고 있다. 수출 시 확보한 외화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수입할 때 사용하는 일명 ‘내츄럴 헷징’ 비율도 늘리고 있다.
그나마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불행중 다행이라는 평가다. 업계는 고육지책으로 고환율로 인한 원자잿값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키로 했다. 최근 포스코는 내달부터 열연과 후판 가격을 t당 3만원씩 올린다고 유통 거래처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 공포는 철강 뿐 아니라 전산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 등 수출 기업들도 오히려 원자재 수입 부담이 늘면서 내년 이익률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하는 모습이다.
전자업계도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새해 경영전략에 이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기준을 설정해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계는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환율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게 쉽지 않다는 평가다.
고환율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완성차 기업도 변동성이 큰 상황이 달갑지 않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통상 8, 9월께 내년 경영전략을 짜기 시작해 연말까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가다듬는데 내년 계획을 전반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현대차나 기아는 환율 10원 변동에 따라 합산 영업이익이 5000억원 정도 차이가 난다.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미국 신공장도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추가비용이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내년에도 (환율이) 현 수준을 그대로 이어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면서도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는 점 자체가 부담"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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