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모 회사인 애경그룹의 경영 행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이번 참사까지, 애경그룹이 고객 안전보다 수익에만 몰두해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산업계와 사회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
애경그룹은 2005년 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을 설립하며 항공 산업에 진출했다. 이는 애경 창업주 고 채몽인 회장의 오랜 염원이었으나, 설립 초기부터 만성적 적자와 경영난에 시달렸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 속에서도 애경그룹은 항공사를 유지하기 위해 면세점 사업을 정리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제주항공은 이후 급속한 성장을 이루며 2015년 국내 LCC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등 업계 선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적자와 경쟁 심화 속에서 안전 관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제주항공의 여객기 평균 가동 시간은 월 418시간으로, 대한항공(355시간), 아시아나항공(335시간)보다 훨씬 높다. 이는 같은 LCC인 티웨이항공(386시간), 진에어(371시간), 에어부산(340시간)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준으로, 과도한 운항으로 인한 기체 노후화와 안전성 저하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항공사 월평균 가동 시간은 총 유상 비행시간을 항공기 운용 대수로 나누는 방식으로 산출한다. 가용한 비행시간을 최대한 늘려 높은 수익을 늘린 셈이다. 이는 기체 노후화가 빨라지는 원인이 된다.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안전 관리는 허술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21년에는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종합 안전도 조사에서 최하위(C++) 점수를 받기도 했다. 보조 날개 손상 상태로 운항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번 무안공항 참사는 LCC업계 최초의 대형 인명 피해 사고로 기록되며 충격을 더하고 있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설립 이후 크고 작은 사고를 반복해왔다. 2007년 김해공항 활주로 이탈 사고, 2019년 김해공항 이륙 직후 소프트웨어 문제로 인한 회항 등으로 수차례 논란이 됐다.
애경그룹은 참사 발생 이후 사과문 발표와 수습 작업에서 미흡한 대응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사고 발생 11시간 뒤에야 사과문을 발표했으며, 사과문은 출입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전달될 뿐 별도의 공지는 없었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현장을 찾아 유족들에게 사과하며 사고 수습에 나섰지만, 애경그룹 2세 경영진을 둘러싼 과거 논란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채 부회장은 회사 공금 17억 원을 부당 사용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으며,장 회장의 3남 채승석 전 대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약 100여 차례에 걸쳐 향정신성 약물인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그룹의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태 역시 여전히 법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애경산업은 유해 화학물질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98명의 폐 질환 및 12명의 사망자를 유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2심에서는 유죄로 판단돼 책임을 인정받았다. 대법원은 법리적 문제를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제주항공의 이번 참사는 애경그룹의 안전 불감증과 수익 우선 경영이 낳은 비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규모 참사로 인해 애경그룹과 제주항공은 고객 신뢰 회복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안게 됐다. 이번 사건이 애경그룹의 경영 철학 전환과 안전 문화 정착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 산업은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하지만, 이번 참사는 안전 관리가 수익성 추구에 밀렸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애경그룹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 경영의 중요성을 다시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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