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ESG평가원이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달 23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간 경영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ESG평가원의 지지가 표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국ESG평가원은 발표한 주주총회 의안 분석 자료를 통해 "고려아연의 장기 지속 성장과 주주 권익 보호 측면에서 현 경영진이 보다 바람직하다"며 현 경영진의 안건에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평가원은 고려아연의 경영 실적, 주주 환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등에서 MBK-영풍 연합보다 우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MBK는 한계기업의 턴어라운드(구조조정)에는 강점을 보이지만, 재무구조가 우수한 고려아연의 경영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MBK가 우위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소수주주 보호 조항 명문화 ▲집중투표제 도입 ▲분기배당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이사 수 상한 설정 등을 안건으로 상정한 상태다. 반면, MBK-영풍 측은 기존 13명의 이사에 14명을 추가 선임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ESG평가원은 양측의 안건을 비교한 결과,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제안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주주 환원율을 70%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ESG 경영 강화를 통해 장기적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행보를 이어온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았다.
또한 고려아연의 최근 3년간 재무성과를 공개하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달성했고, 부채비율은 20~30%로 안정적인 재무 건전성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배당성향 역시 2021년 46.8%, 2022년 50.9%, 2023년 59.5%로 꾸준히 상승했으며, 주가수익비율(PER)도 같은 기간 12배, 13.9배, 19.1배로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MBK-영풍 측이 주장하는 27명의 이사회 구성에 대해서는 "비효율적이며 안정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와 국내 기관인 한국ESG기준원, 서스틴베스트 등도 20명 이상의 이사회 구성을 비효율적이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한국ESG평가원은 주주들이 임시주총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때 ▲누가 경영을 맡아야 지속 가능한 성장과 주주권익 강화에 기여하는지 ▲현재의 경영 상황이 급격한 변화가 필요한지 ▲MBK가 경영권을 차지했을 때 예상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 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MBK가 사모펀드 특성상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매각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지적됐다. 노동계와 정치권에서는 MBK의 적대적 M&A 시도가 국가 기간산업의 핵심 기술 유출과 지역 경제 위축, 국가 경제 공급망 혼란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현 경영진의 경영 역량과 장기적 성장을 위한 노력이 대외적으로 인정받아 감사하다"며 "주주가치 제고와 선진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ESG평가원은 2021년 법인으로 출범한 의결권 자문기관으로, 매년 상장 대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해 ESG 평가를 제공하고 있다. 중소기업, 공공기관, 학교 등 다양한 분야에 ESG 평가 모델을 개발·제공하며 투명경영과 ESG 투자 문화 정착에 기여하고 있다.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