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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中 한국시장 대공습-①철강] 몰려드는 중국산 철강재...韓 철강 주권 뺏길라
    김국헌 기자
    입력 2025.01.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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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에 쌓여있는 중국산 철강재.
인천항에 쌓여있는 중국산 철강재.

[중앙이코노미뉴스 김국헌] 중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돌격하고 있다. 심각한 경제 불황으로 중국 내수 경기가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의 과잉생산이 지속되면서 가장 가까운 한국 시장이 타깃이 되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수출 뿐만 아니라 직접 생산기지를 한국에 세우려는 모습도 관측된다. 더 큰 문제는 자동차, 가전, 철강, 조선, 석유화학, 게임, 유통 등 거의 전 산업영역에서 한국 내수시장이 중국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이코노미뉴스는 신년을 맞아 중국의 강력한 돌격에 위기를 맞이한 한국 산업 전반의 위기를 집중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중국산 철강재 지난해 877만톤 수입돼...전체 수입량의 60% 육박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산 철강재의 수입이 급증하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 대기업들 뿐만 아니라 제강사, 1차 2차 유통업체들 등 그동안 한국 철강산업 경쟁력을 유지해왔던 주역들이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13일 한국철강협회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철강재 수입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철강재 수입량은 1469만톤으로 전년보다 5.5% 감소했다. 하지만 중국산 수입량은 877만톤으로 전년보다 0.6%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 철강경기는 최악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중국산 수입량은 되려 늘었다. 철강재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중국산 철강재 비중은 2023년 56.1%에서 59.7%로 상승했다. 저가 중국산을 중심으로 한 철강재 수입량은 연간 1500만톤에 달하는데 이 중 중국산 비중이 6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후판, 열연강판 등 품목별로 들어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선박과 건설 부문에 들어가는 후판의 경우 중국산 수입이 매년 폭증하고 있다. 지난해 후판 수입은 182만톤으로 전년보다 8.1% 감소했는데 중국산 후판 수입은 117만톤으로 4.5% 되려 늘었다. 2022년만 하더라도 중국산 후판 수입은 64만톤에 불과했으나 2023년 112만톤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하더니 2024년에는 더 늘었다. 전체 후판 수입에서 차지하는 중국산 비중도 2022년 37.9%에서 2023년 56.6%, 2024년에는 64.3%로 상승했다. 

철강이 산업의 쌀이라면 철강의 쌀은 열연강판이다. 냉연도금재의 기초소재로 쓰이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품목이 열연강판이다. 열연강판 역시 중국산 수입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24년 열연강판 수입량이 372만톤이었는데 중국산은 164만톤이 수입됐다. 전체 열연강판 수입에서 차지하는 중국산 비중은 2022년 41.6%, 2023년 42.4%, 2024년 44.1%로 지속 상승세다.  

한국은 철강재 공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하는 국가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철강산업 동향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철강 수요는 5000만톤 수준인데 철강재 생산은 약 7000만톤에 달한다. 철강 공급과잉 국가인데 수입량이 1500만톤이나 되다보니 국내 철강제품들은 해외로 쫒겨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해 한국의 철강 수출량은 2700만톤이었다. 

중국의 연간 철강 생산량은 약 10억톤에 달한다. 중국의 지난해 1~10월 누적 철강재 수출량은 9189만톤이다. 연간 1억톤 이상을 전세계에 수출한다고 보면 된다. 중국의 한해 철강재 수출량을 1억톤으로만 잡아도 한국으로 수출하는 877만톤은 중국 전체 철강재 수출량의 8.8%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전체 한국 철강 수요(5000만톤)의 17.5%(877만톤)를 중국산 철강재가 차지하고 있으며, 이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안그래도 한국 철강재 생산량이 수요를 초과해 전세계에 수출해야 하는 처지인데 중국산 수입이 점점 늘어나니 한국 철강기업들의 고통이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중국 철강 내수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며 밀어내기식 수출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21년 톤당 7000위안까지 육박했던 중국 열연강판 내수 가격은 지난해 3000위안 미만으로 급락했다. 2017년 이후 최저가격이다. 

중국 철강사들은 다 죽어가는 상황 속에서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중국 시장조사업체 마이스틸 설문조사에서 ‘수익성이 있다’고 보고한 중국 철강업체는 5%에 불과할 정도다. 어떻게든 버텨서 살아만 남으면 된다는 마인드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가장 가까운 한국 시장으로 노리고 가격경쟁력으로 밀어붙이며 대공습을 가하는 상황이다. 중국산 제품은 품목별로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국내산 제품보다 10만원 내외 저렴하다. 

앞으로 중국 철강재의 한국시장 수출은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 철강산업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다라 베트남과 태국, 유럽 등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 개시 결정 및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들에 대한 수출 감소분은 자연스럽게 한국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철강사 수익성 급격히 악화...설비 줄줄이 폐쇄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철강사들의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수출시장에서도 중국산과의 경쟁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데 안방시장(내수) 마저 야금야금 시장을 뺏기고 있는 실정이다.  

포스코홀딩스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지난 4년간 매년 하향 일색이다. 2021년 철강 슈퍼사이클로 9조238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4년간 하락세다. 2022년 영업이익은 4조8501억원, 2023년 3조5314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2조7000억원 대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현대제철 역시 흐름이 똑같다. 2021년 2조447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가 2022년 1조6165억원, 2023년 7983억원에 이어 올해에는 3147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쪼그라질 전망이다. 

코너에 몰린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공장 문까지 닫고 있다. 

포스코는 중국 포스코장가항불수강(PZSS) 제철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의 첫 해외 스테인리스 일관제철소인 PZSS는 올해 3분기까지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또 45년 9개월간 가동했던 포항제철소 1선재 공장을 폐쇄하고, 쇳물의 성분을 조정하는 포항 1제강공장도 지난 7월 문을 닫았다. 현대제철도 최근 제강·압연 공정을 진행하는 포항 2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참다 못한 한국 철강업계는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 제소에 나섰다. 현대제철은 지난 7월 중국산 후판을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 산업부는 약 2개월간 검토를 거쳐 지난 10월부터 조사에 착수했고 이르면 이달 중 예비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불안정한 국내 정세 영향으로 조사 기간이 더 길어지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3월 중 예비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철강 대기업 뿐만 아니라 1, 2차 철강유통업체들 역시 중국산 철강재 범람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포스코나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유통시장 판매의 경우 대리점 제도를 두고 있는데 이들이 중국산에 판매처를 빼앗기고 있다. 


중국산 철강재 품질 우려 여전...반덤핑 관세 등 국가적 차원의 보호 필요


상술했듯이 중국산 철강재가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 내수 시장을 20% 가까이 잠식하고 있고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산 철강재는 품질 문제 우려가 있어 중국산 철강재가 들어간 한국산 제품의 품질까지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아파트 등 건축물의 경우 중국산 철근, H형강 비중이 높아질 경우 붕괴 우려가 존재한다. 가격이 낮다고 무조건 사주는 수요업체들의 자중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2014년 12월, 경주 마우나 리조트 사고 이후 건설안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부적합 건설용 강재 등 건설자재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있는 실정이다. 특히 중국산 철강재가 국산으로 둔갑해 국내에 유통되고 있으며 이러한 저가 수입산 건설자재 또는 부재가 품질기준에 못 미치거나 확인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건설공사의 안전성과 품질을 위협하고 있다. 2013년 철강재 원산지 표시 확대법안이 추진됐으나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이 안되며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철강은 '산업의 쌀'이다. 그래서 국가의 보호가 무엇보다 필요한 산업이다. 전 세계는 자국 철강산업 보호에 무역장벽을 세워 대응하고 있지만 한국 시장은 여전기 중국산 철강재 침투에 무방비 상태다. 정치권이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신청해 놓은 반덤핑 제소 판결이 계속 연기되며 한국 철강업계는 갈수록 고사 상태에 빠지고 있다. 국가 차원의 철강산업 지키기 전략이 시행되야 할 시점이다. 

전 품목에 걸친 반덤핑 제소가 시급하다. 반덤핑 제소 효과는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지난 2014년 5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중국산 H형강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했고, 이듬해 5월 최종판정이 내려지면서 현재 28.23~32.72%의 반덤핑 관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반덤핑 제소 효과 이후 중국산 수입량이 크게 줄었다. 철강업계는 후판 뿐만 아니라 반덤핑 제소를 수입량이 많은 열연강판, 철근, H형강, 선재 등으로 확대할 계획인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저가 중국산 철강재 수입재 범람으로 전체적인 국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한국 철강기업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중국산 철강재를 위협적인 존재로 보고 관세 장벽을 세우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 강력한 관세 적용을 시행해야 철강 주권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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