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중국이나 일본이 내수 침체로 남아도는 제품을 국내로 '저가 밀어내기'에 나서면서 산업계가 시름하고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은 물론 제지, 산업용 로봇에 이르기까지 국내 기업들은 반덤핑 제소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피해업체들은 국내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시장가격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빠르게 시장을 점유하면서 산업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들 나라의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있으며, 우리 제품과 비교해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산업 영역에도 이런 현상이 확산할 것이라는 점이다.
HD현대로보틱스 등 국내 산업용 로봇업체 5개사는 지난 10일 일본과 중국 업체가 생산한 4축 이상 수직 다관절형 산업용 로봇에 대한 반덤핑 제소 신청서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제출했다.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수입 물량은 2021년 9080대에서 지난해 1만3445대(잠정)로 급증했는데, 수입 제품의 시장점유율도 2021년 75%에서 2023년 81%로 상승했다.
아세아제지 등 국내 골판지원지 업계도 일본 제지업체인 다이오제지와 오지제지를 상대로 반덤핑 제소에 나설 예정이다. 다이오제지와 오지제지는 일본 내에서 재생지 골판지원지를 1t당 500달러 이상에 팔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420∼450달러선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무역위원회에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 대상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 지난 7월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신청해 무역위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또다시 열연강판에 대해 제소 카드를 꺼낸 것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열연강판 수입량 약 343만t 가운데 중국산과 일본산이 각각 153만t, 177만t으로 전체 수입량의 96.2%를 차지한다. 이 제품들은 국내산보다 가격이 최대 30%가량 낮게 팔리고 있다.
최근에는 석유수지에 대한 덤핑 수입이 인정받았다. 지난달 19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중국·대만산 석유수지의 덤핑수입과 국내산업피해 사이 인과관계가 성립한다고 판정, 덤핑방지 관세 4.45~18.52% 부과를 기획재정부에 건의키로 했다.
앞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중국 기업 5곳과 대만 기업 2곳이 국내에 저가로 석유수지를 공급해 피해를 봤다면서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는데, 코오롱인더는 중국 기업과 대만 기업의 덤핑률이 각각 15.52%, 18.52%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수입 제품에 대한 덤핑 피해는 잇따르고 있다. 무역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덤핑 피해 조사 신청 건수는 10건으로 최근 10년 동안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 무역행위는 14건으로 1992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수입 제품이 국내 시장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라며 "국내 제품과 비교해서 일본은 물론 이제는 중국 제품과도 기술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게 치명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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