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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기자수첩]젠슨 황과 中 '플라잉카'업체의 관중대결
    입력 2025.01.1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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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5가 막을 올린 지난 7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웨스트홀. 중국 대표 전기차 기업 ‘샤오펑’이 지붕에 프로펠러가 장착된 자동차 ‘플라잉 카’를 공중에 띄웠다. 차의 크기는 소형 헬리콥터에 가까웠고 소형자동차보다는 조금 작았다.

지난 7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웨스트홀. 중국 대표 전기차기업 ‘샤오펑’이 지붕에 프로펠러가 장착된 자동차 ‘플라잉 카’ 시연행사를 하고 있다. 현장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사진=김형민 기자

이 차는 최장 35분간 비행이 가능했고 2명이 탑승할 수 있다. 최대속도는 시속 130㎞. 야외에선 더 높이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샤오펑 관계자들은 강조했다.

난생처음 보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보다 더 눈길을 끈 건 이곳에 몰려든 인파였다. 1시간 남짓한 이 행사를 보러 수많은 사람이 샤오펑 전시 부스를 찾았다.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선 업계 최고 스타덤에 오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간담회가 열리고 있었다. 기자를 비롯해 양쪽 모두에 관심을 둔 참관객이라면 곤혹스러운 순간이었다. TV 채널을 돌리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 가정하면 샤오펑을 선택하면 황 CEO는 볼 수 없는 양자택일을 강요당한 것이다.

샤오펑은 사실상 인공지능(AI) 업계 스타 황 CEO와 관중몰이 대결을 벌이려는 속내였던 것 같다. 한 관계자는 "샤오펑이 황 CEO 간담회 시간을 몰랐을 리 없다"며 "자신들의 시연 행사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한 전략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전략의 배경엔 자사의 기술과 세계 경쟁에 대한 커다란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다. 이번 CES 2025에 참가한 모든 중국 기업들이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들은 유독 이번 전시회에서 퍼포먼스가 컸다. 기술 하나를 전시하더라도 그 규모는 최대치로 늘렸다. 기업들의 비자 신청에 퇴짜를 놓으며 방해 공작을 펼친 미국을 향한 ‘무언의 시위’였을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론 중국 기업들이 자랑한 기술들은 예상외로 수준이 높았다는 사실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CES 2025의 공식 스폰서를 자처하고 중앙홀 정중앙 부스를 차지한 중국 전자 기업 TCL은 TV를 볼 때 쓰는 증강현실(AR) 안경을 내놨고 하이센스는 초대형 TV 스크린을 선보였다. 기술 없이 크기와 물량만 늘려 저가로 공세를 펼치던 옛날 중국과는 분명 달랐다.

우리 기업들엔 시사하는 바가 컸고 숙제를 안겼다. 중국이 어느덧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 전자업계 간판 기업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며 경쟁의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에 더욱 힘이 실린다. 이번 CES가 우리에겐 중국 기업을 경계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다시 달아나야 하는 ‘각성’의 기회가 됐다. 달리기 경주에서 1등을 계속 지킬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노력으로 자신의 한계를 넘어 ‘초인적’ 실력을 기르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기업들이 늘 말해 온 ‘초격차’ 기술력이다. 지금 그것이 필요한 때다.

라스베이거스(미국)=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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