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차세대 메모리' '넥스트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주목받는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가 올해 본격적으로 시장을 열어젖힐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CXL 시장의 개화는 곧 반도체 사업의 난국을 타개하고자 하는 삼성전자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될 것이란 전망도 곁들여지며 주목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6세대 HBM인 HBM4 개발에 매진하는 가운데서 CXL에도 계속 힘을 불어넣고 있다. CXL에 대한 고객사들의 수요가 현실화되고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선두자리를 선점할 채비는 모두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CXL은 향후 HBM의 단점을 보완하고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는 메모리 기술이다. HBM처럼 연산에 필요한 메모리의 성능을 올리는 등 기능과 역할은 비슷하다. 다만 방식이 더 효율적이고 가격이 싸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대역폭을 높여서 연산 속도를 끌어올리는 반면 CXL은 모듈 추가만으로 메모리 용량을 확장해 연산이 빨라지도록 한다. 데이터 연산에 필요한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 반도체를 한 곳에 모두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최근 개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에 필요로 하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CXL에 대해 전문가들은 "두뇌 격인 CPU와 메모리 반도체를 잇는 도로를 기존 1차로에서 10차로로 대폭 늘려주는 기술"이라고 표현한다.
CXL은 이미 상용화될 수 있을 정도로 그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연말엔 인텔과 AMD 등이 잇달아 CXL 2.0을 적용한 서버용 CPU를 내놓으며 CXL 시장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실제론 그러지 않았다.
시장의 본격화가 늦춰지고 있는 배경으로 업계에선 재무 위기를 겪고 있는 인텔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텔이 CXL에선 가장 앞서 있음에도 회사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주력 사업이 큰 어려움에 봉착하며 CXL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시장 개방에 나서기가 어려워져서다. 이는 인텔이 CXL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동력을 잃게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여타 다른 기업들도 CXL 기술에 대한 준비를 해왔지만 아직은 선두에 나서서 시장의 문을 열진 않고 있다. 리스크가 커서다. 시장에서 CXL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될지 불분명하고 CXL이 HBM을 넘어설 정도의 영향력이 확보됐다고 보기도 어려워서다.
그럼에도 일단 CXL 시장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욜인텔리전스’는 2022년 170만달러(약 22억원) 규모였던 CXL 시장이 2028년에는 150억달러(약 20조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부적으론 올해 서버향 CPU용 CXL 2.0의 비중이 42%로 확대되면서 지난해 11%보다 약 31%포인트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집계했다. 다가오는 2026년에는 CXL 3.0 기반의 서버용 CPU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6%로 CXL 2.0 세대(41%)를 뛰어넘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CXL에 약 10년간 전폭적으로 투자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 과정에선 가시적인 성과들도 내놨다. 2019년에는 엔비디아, AMD 등과 CXL 컨소시엄을 결성했고 2022년 5월에는 세계 최초로 CXL 1.1 버전을 기반으로 한 CXL D램을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2.0 버전을 지원하는 128GB CXL D램이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곧 있으면 CXL 2.0버전을 기반으로 한 256GB 모듈인 CMM-D를 양산할 것이란 소식도 나온다. HBM4로 메모리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되찾아오는 시나리오보다 CXL을 선점하며 분위기를 바꿀 가능성이 보다 높다는 일각의 분석은 이를 기반으로 나온다.
HBM 시장을 선점하며 메모리 업계의 강자로 떠오른 SK하이닉스도 CXL 개발에 나서 곧 있을 수 있는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사가 자체 개발한 CXL 메모리 구동 최적화 소프트웨어인 'HMSDK'의 주요 기능을 세계 최대 오픈소스 운영체제인 리눅스(Linux)에 탑재했다고 발표했다. MSDK는 기존 메모리와 확장된 CXL 메모리 간의 대역폭에 따라 차등적으로 메모리를 할당해 기존 응용 프로그램을 조정하지 않고도 메모리 패키지의 대역폭을 30% 이상 확장해 준다. 또 이 소프트웨어는 자주 사용하는 데이터를 더 빠른 메모리로 옮겨주는 ‘접근 빈도 기반 최적화’ 기능을 통해 기존 시스템 대비 성능을 12% 이상 개선해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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