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매년 새해가 되면 설 연휴 등을 활용해 현장 경영 행보를 펼쳐 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는 그 시점을 다소 늦출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달 초 '부당합병·회계부정' 항소심 사건 선고를 앞두고 이 회장은 국내에서 차분하게 경영 현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서울 서초사옥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회사 실적 등을 면밀히 살피며 새해 경영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대외적인 행보를 밟기보다 지난해 사업상 큰 어려움을 겪은 회사의 내부 조직과 시스템 운영을 점검하고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새해가 밝은 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이 회장은 아직 대외적으로 뚜렷한 행보에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대외활동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초반부터 삼성글로벌리서치를 찾아 6G 기술 개발 현황과 미래 사업전략을 점검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이례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회장의 차분한 행보는 위기에 봉착한 반도체 사업 현황과 함께 다음 달 초에 있을 '부당합병·회계부정' 항소심 사건 선고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회장은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가 여는 항소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그는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며 경영권 승계와 삼성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주식 시세를 조종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 관여했다는 혐의(외부감사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회장은 앞선 1심에서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아 2심에 대한 법조계와 재계의 전망이 밝다. 다만 통상 2심에선 언제든지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 이런 가운데서 대외적인 행보에 나서는 것이 여론과 재판에 크게 좋은 것이 없다고 이 회장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영향으로 이 회장은 매년 빠지지 않고 이어오던 명절 현장 경영도 이번은 쉬어갈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삼성을 본격적으로 이끌기 시작한 2014년부터 매년 명절이 되면 해외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일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현지 사업과 시장을 직접 점검해왔다. 지난해 설날 연휴에는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있는 삼성SDI 배터리 1공장 생산 현장과 2공장 건설 현장을 찾았다. 말레이시아 최대 도시인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현지 시장 반응을 살피고 삼성 관계사 주재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도 했다. 그보다 앞서선 2022년 추석에 멕시코(전자 가전 공장·엔지니어링 정유공장 건설현장), 파나마(전자 판매법인)를 방문했고 2023년 추석에는 이스라엘(전자 R&D센터), 이집트(전자 TV·태블릿 공장), 사우디아라비아(물산 네옴시티 지하 터널 공사현장)를 둘러봤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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