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23일 열리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최 회장은 임시주총 하루 전인 22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영풍 지분 10.3%를 취득했다. 이를 통해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른 상호주 규정을 적용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데 성공했다.
상호주는 두 회사가 서로 상대방의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한민국 상법 제369조 제3항은 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10%를 초과해 보유하면, 그 다른 회사가 보유한 자사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SMC가 영풍 지분 10.3%를 보유하게 되면서 영풍은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 25%를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오전 9시 예정이던 임시주총은 의결권 중복 확인 절차로 인해 오후 2시경에야 시작됐다. 개회와 동시에 박기덕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은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라 영풍이 보유한 지분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고 밝혔다. 이에 영풍 측은 강하게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최 회장의 핵심 안건이던 1-1 안건 집중투표제는 찬성 76.4%로 가결됐고, 1-2 이사 수 상한 설정 안건도 73.2% 찬성을 얻었다. 핵심 안건 2건이 가결되며 사실상 이번 임시주총은 최윤범 회장의 압도적 승리다.
1-1 안건인 집중투표제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 1주당 선임되는 이사 수 만큼 투표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10명의 이사를 선임하면, 10주를 가진 주주는 100표를 가지게 된다.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줌으로써, 대주주를 견제하고 소액주주들이 원하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해당 안건에 대해서는 앞서 주요 6대 의결권 자문사와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 모두 찬성의사를 밝혔다. 6대 자문사로는 글로벌 자문사인 ISS, 글래스루이스, 국내 서스틴베스트, 한국ESG연구소, 한국ESG평가원, 한국ESG기준원 등이 있다.
1-2 안건인 이사 수 상한 설정 안건은 최윤범 회장이 집중투표제 도입과 함께 제시한 핵심 안건이다. 해당 안건에서 고려아연은 이사회 이사 수 범위를 3인 이상 19인 이하로 제한했다. 현재 고려아연의 이사회 수는 12명(고려아연 11인·영풍 1인)이다. 19인 이하로 설정할 경우 신규 선임 가능한 이사 수는 7명이다.
MBK·영풍 연합은 신규이사 14명을 선임해 이사회를 장악할 계획이었으나 이사 수 상한으로 인해 이같은 시도는 무산됐다.
나머지 의안인 △발행주식 액면분할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 등 6개 의안도 가결됐다.
특히 발행주식 액면분할은 소액 주주의 접근성을 높이고 거래 활성화를 꾀하려는 취지로, 소수주주 보호 정관 명문화는 투명한 경영 구조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당기준일 변경과 분기배당 도입 안건 역시 주주 친화 정책의 일환이다.
반면, 영풍이 제안한 1-3호 집행임원제도 도입은 의결권 제한과 최 회장 측 지지 주주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1-3호 부결 시 상정될 예정이었던 1-6호 사외이사 의장 선임 안건은 자동 폐기됐다.
이날 임시주총장 밖에서는 고려아연 노동조합원들이 상경해 적대적 M&A를 규탄하는 질서 있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노조는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지키기 위해 사내 모든 임직원이 합심했다"며 주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최윤범 회장의 상호주 카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전략적 한 수로 평가된다. 앞서 최 회장의 히든카드로 불렸던 '집중투표제'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부분 인용되면서 영풍·MBK가 경영권을 쥘 가능성이 높아 보였으나, 상호주 전략으로 상황은 반전됐다.
최 회장의 상호주 카드에 영풍·MBK 연합은 의결권 제한을 두고 강력히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영풍 측 법률대리인 이성훈 변호사는 "50년간 의결권을 행사해온 최대주주를 하루아침에 제약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의결권을 강도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법적 다툼과 주주 간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최종적인 경영권 향방은 법정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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