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코노미뉴스 송태원] 천연고무 생산량이 줄어 대체제인 합성고무의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비중의 56.8%가 합성고무 사업인 금호석유화학의 매출 증대에 파란불이 켜졌다는 평가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확대와 미국의 중국산 의료·위생용 장갑의 관세 부과로 인한 미국에서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산 의료·위생용 장갑 수요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풀이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금호석유화학 합성고무 사업 매출액은 2조 3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4.9%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천연고무 공급이 감소하면서 합성고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금호석유화학의 합성고무 사업 매출 성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천연고무협회(ANRPC)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4년 천연고무 생산량은 약 1120만톤으로 예상된다. 2023년 1391만톤에 비해 19% 감소한 수치다. 세계 2위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의 수출량은 2017년 394만 톤에서 2022년 278만 톤으로 5년 새 약 30% 감소했다.
천연고무 생산량 감소는 기후 변화와 병충해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주요 생산지인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이상 기후로 인해 고무나무 생육이 저하됐으며, 페록실라엘라 병 등 병충해 확산도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유럽연합이 2024년부터 시행한 삼림벌채 방지 규제(EUDR)도 천연고무 공급 감소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UDR은 불법 벌채된 삼림에서 생산된 원자재의 수입을 금지하는 규제로, 천연고무도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위축되고 있다.
반대급부로 합성고무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글로벌 네스터에 따르면 2024년 합성고무 시장 규모는 약 2429억 달러로 평가되고 있으며, 7.3%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비중의 56.8%는 합성고무가 책임지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SBR(스타이렌 부타디엔 고무), SSBR(솔루션 스타이렌 부타디엔 고무), NB라텍스(니트릴부타디엔라텍스) 등의 합성고무 제품을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고기능 타이어에 주로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합성고무 상품인 SSBR 수요 증가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 조사를 보면, 글로벌 전기차 타이어 시장은 2024년 629억 달러에서 2032년 2142억 달러로 연평균 16.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난해 전기차 '캐즘' 속에서도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비 25% 증가한 1710만 대를 기록하는 등 전기차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가속화되면서 신차용 타이어는 물론 교체용 타이어 수요 또한 급증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높은 하중과 강한 가속력을 견뎌야 하는 전기차 특성상 타이어 마모 속도가 빨라, 전기차 타이어의 수명은 내연기관차의 약 60% 정도인 약 2~3년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전기차 전용 타이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핵심 소재인 고기능 전기차 용 합성고무 SSBR의 수요도 동반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은 이 같은 변화 속에서 SSBR 생산량을 지난 2022년 연간 12만 3000톤까지 확대하는 사전 준비를 통해 최근 더욱 높아진 글로벌 전기차 타이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바는 없으나 이후 증산 계획까지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B라텍스 시장도 호황… 글로벌 1위 금호석유화학 수혜 예상
전기차 타이어 시장 성장과 함께 위생·의료용 장갑 원료인 NB라텍스 시장도 호황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위생장갑 수요에 더불어 미국이 중국산 장갑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내 장갑 시장 점유율이 동남아로 넘어가, 생산하는 대부분의 NB라텍스를 동남아로 수출하는 금호석유화학의 매출도 함께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50%의 관세가 적용된 중국산 장갑은 2026년부터 100%로 인상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 내에서 중국산 장갑의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고, 내년에는 오히려 동남아산 장갑보다 비싸게 판매될 전망이다.
NB라텍스는 의료·위생용 장갑의 핵심 원료로, 내유성과 내화학성이 뛰어난 합성고무다. 기존 천연고무 장갑은 공급 부족과 환경 규제로 인해 점차 합성 고무로 대체되는 추세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Top Glove의 장갑 생산량 중 NB라텍스 장갑 비중은 2022년 47%에서 2024년 63%로 증가했다. 이는 NB라텍스가 천연고무 장갑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 NB라텍스 생산능력을 대폭 확충해왔다. 2023년 연간 약 71만 톤이었던 생산량을 지난해 약 2400억원을 투자해 23만 6000톤 증대한 약 94만 톤으로 확대해 글로벌 NB라텍스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NB라텍스의 글로벌 수출 단가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24년 6월 기준 NB라텍스의 글로벌 수출 단가는 톤당 849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2.5% 증가했다. NB라텍스의 지속적인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은 금호석유화학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전기차 타이어 시장의 성장과 동남아 위생·의료용 장갑의 미국 내 점유율 확대로 올해 합성고무 부문에서의 실적 개선을 예상하고 있다"라며 "급변하는 통상 환경 속에서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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