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다음 날인 4일 오전 7시 서울 서초사옥으로 출근했다. 이 회장은 임원들로부터 주요 현안 보고를 받고 향후 경영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경영 복귀의 신호탄으로,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대외적으로 정상 경영을 알리는 행보로 해석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의 외부 첫 일정은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와의 미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만남을 통해 삼성과 오픈AI 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클라우드 인프라 등 미래 성장동력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주목된다. 또한 삼성의 갤럭시 제품군에 오픈AI 기술이 접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의 빠른 경영 복귀와 글로벌 AI 생태계와의 협력 강화 움직임에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법리스크'의 족쇄가 풀리자 반도체 업계에선 이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날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르면 다음 달 17~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엔비디아가 여는 'GTC 2025'를 통해 만날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GTC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 제품 샘플을 전시하고 현장에서 황 CEO의 서명을 받은 세계 최대 AI 개발자 콘퍼런스 행사다.
이 회장은 전날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 2심 선고가 나오기 직전까지 사업별로 보고된 회사 실적 내용을 면밀히 살피며 올해 경영 방향을 구상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의 실적은 예상치를 하회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킬 승부수가 필요해졌다는 평가가 대내외적으로 나온다. 실적들을 검토한 이 회장 역시 그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황 CEO와 만나 회사가 공급을 노리고 있는 HBM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 협력 관계를 새로 정립하려 할 가능성에 업계는 무게를 싣고 있다.
다음 달 이 회장과 황 CEO의 만남이 성사되면 이는 1년10개월 만의 일이다. 이 회장과 황 CEO는 2023년 5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일식집 '사와스시'에서 만난 후 그간 대면하지 못했다. 사법 리스크로 받는 이동의 제약이 컸다. 이 회장은 약 4년5개월간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으로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을 받으면서 글로벌 경영 행보를 밟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기소된 후 재판은 매주 1~2회 열리는 탓에 출장을 가더라도 길게 가기 어려웠다. 출장 기간이 짧았던 탓에 주요 인사들과 회동 약속을 잡기도 애매했다. 고대하던 미국 출장도 1심 무죄 판결이 나온 후 2심이 시작되기 전까지 한결 여유로워진 지난해 6월이 돼서야 가능했다.
이런 가운데서 이 회장은 여러 사정으로 황 CEO와도 만날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회동을 여러 차례 검토했지만 동선이 맞지 않았던 관계로 실현되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 6월 이 회장의 미국 출장 때도 황 CEO는 다른 일정을 소화해야 했던 이유로 만남이 불발됐다는 후문도 있다.
하지만 전날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이 회장은 해외 출장이 자유로워졌다. 재판 일정이란 걸림돌이 사라지면서 출장과 회동 일정을 잡는 데 충분한 여유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좋은 여건이 마련된 상황에서 이 회장이 이젠 적극적으로 황 CEO를 만나기 위해 나설지 주목된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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