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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시시비비]또다시 죽음에 무뎌져야 하는 명분은 무엇인가
    입력 2025.02.0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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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코로나19가 창궐했을 당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하루하루 일러주던 숫자의 무게를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한다. 확진자 수가 한 자리에 불과했음에도 황망했던 기억은 모두에게 여전히 드라마틱하다. 이게 두 자리, 세 자리, 네 자리로 불어나고 사망자의 숫자 또한 계속 늘어나는데 그걸 확인하는 일에 갈수록 무뎌지던 감각 또한 기억해낼 수 있다.

안타깝지만 이렇게 적응할 수 있었던 건 '국가가 그만큼 했으니 그래도 이 정도이겠거니' 하는 심정 때문이었고, 그 저변에는 코로나19가 워낙 큰 재난이라 감내하는 수밖에 없다는 공동체 전반의 인식과 태도가 자리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그 상황을 인정하게 만드는 정서적 명분을 온 나라가 공유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불현듯 그 때가 떠오른 건 의·정갈등에 따른 의료공백 탓에 지난해 6개월(2~7월) 동안 초과사망한 사람이 무려 3136명으로 추산된다는 소식 때문이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출신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전국 의료기관별 입원 환자 수, 입원 후 사망 현황 등에 연령과 질병 특성 등을 고려한 과학적 분류체계를 적용해 분석한 내용이다.

위기가 없는 상황, 즉 평시에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사망자 수를 넘어선 사망 사례가 초과사망이다. 바꾸어 말해 의료공백이 아니었더라면 적어도 그때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그 기간 중 3000명 넘게, 매달 500명 이상, 매일 16명꼴로 운명을 달리했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이 이처럼 생생하면서도 속절없는 죽음을 그저 목도해야만 할 만큼 중대한 재난 상황에 또다시 직면했다는 것인가. 힘들지만 가야 할 길이라는 정부의 논리도, 의료체계의 오묘한 원리를 몰라서 저런다는 의사들의 논리도 코로나19 때처럼 모두가 순순해져야 하고 죽음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명분이 될 수 없다.

보건·의료 체계를 무차별하게 들쑤시며 1년 동안 이어진 의·정갈등의 뾰족한 해법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 정부의 리더십은 훼손됐고 의사들은 초지일관하게 도도하다. 양쪽의 과오를 가리는 건 의미가 별로 없다. 사람 살리자는 구호를 앞세워 사람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좋든 싫든 이니셔티브는 정부에 있다. 가고자 했던 방향과 목적지가 틀렸다는 게 아니잖은가. 그렇다면 그 경로에 문제가 있었음을 정책적·정무적으로 더 명확히 인정하는 데서 의외의 실마리가 잡힐지도 모른다. 전략적인 관망이나 대치는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정부가 이달 중 내놓을 의대교육 내실화 방안은 그래서 중대하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휴학생의 복귀와 신입생의 정상적인 수업 참여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인데, 애초 제시한 경로를 고집하면서 '잘 할 수 있으니 믿어 달라'라고 하는 정도로는 아무것도 못 푼다. 관건은 2026학년도 정원 문제다. 말 그대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정부 입장에서는 많이 아쉽고 의대와 의사,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운 어떤 지점을 치열하게 모색해야 한다.

김효진 바이오중기벤처부장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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