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자사주 성과급’ 체계를 확산하며 인재 유입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공계 인재들의 이탈로 위축된 반도체 인력 풀이 자사주 보상으로 다시 활성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하이닉스는 임원 124명이 자발적으로 선택해 성과급을 자사주로 받아 갔다. 이들이 받은 자사주는 약 83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구성원들이 초과이익분배금(PS)의 최소 10%에서 최대 50%까지 자사주로 받을 수 있는 주주참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내부 반응이 좋은 분위기"라고 했다. 이에 회사는 지난 7일 '새출발 격려금'이란 명목 아래 자사주 30주를 추가로 지급했다.
삼성전자 임원들도 초과이익성과급(OPI)의 일부를 자사주로 받기로 하고 그 비율을 최근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성과급을 상무가 50% 이상, 부사장이 70% 이상, 사장이 80% 이상 받아 가는 것으로 정했다. 자사주를 성과급으로 받은 고위 임원들은 대체로 "책임경영의 일환"이라며 흔쾌히 수용했다. DB하이텍도 임직원들이 생산성 격려금(PI)의 최대 50%까지 자사주를 선택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들고, 성과급 지급을 마쳤다.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딘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자사주 성과급이 연착륙에 성공하면,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장치로서도 역할이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 테슬라 그리고 TSMC까지 세계적인 기업들은 이미 자사주 성과급 제도를 통해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붙잡기도 한다"며 "인재 부족으로 우려가 컸던 반도체 업계엔 새 활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이 점을 주목해 자사주 성과급 도입을 "선진국형 보상체제로 가는 첫걸음마"라고 논평했다.
◆자사주 받으러 TSMC 입사하는 대만='자사주 성과급'의 인재 유입 효과와 관련해 가장 많이 회자되는 사례는 대만 TSMC다. TSMC는 임원들을 대상으로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보상(RSA)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직원들에겐 자사주 매입 시 보조금을 주고 있다. 자사주를 성과급으로 받을 땐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지급받을 수 있도록 혜택도 주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소식이 외부에도 널리 알려져, 취업 시즌을 앞둔 인재들은 TSMC로 몰리는 현상이 매년 발생한다고 한다.
TSMC에 입사하면 높은 연봉에 고수익이 보장된 자사주를 받을 수 있다는 데 마음이 끌린다는 것이다. TSMC의 자사주 성과급 제도 시행 후 대만의 대기업들도 이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로 인해 대만 최고의 인재들은 TSMC 등 대기업들로만 몰리고 중소기업들은 사람이 귀해지는 어려움을 겪게 돼, 양극화가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다. 미국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성과급의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해 구성원들의 근로 의욕을 높이고 인재들을 유입하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따르면, 메타는 2022년 17조원 규모의 회사주식을 임직원에게 보상으로 나눠준 바 있다. 테슬라는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 엔지니어들에게 입사 시 1억원 이상의 주식 보상을 주고 있다. 애플, 엔비디아, 알파벳, 아마존 등도 유사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단점이 분명, 방점을 잘 찍어야"=전문가들은 '자사주 성과급' 제도를 "장단점이 명확하다"는 특성을 주목해, 기업들이 목적을 정확히 정해서 운영해야 실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장단이 있기 때문에 자사주 성과급이 반드시 긍정적이라고만 볼 수도 없고 꼭 부정적이라고도 볼 수 없다"며 "회사 입장에선 성과급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한다고 결정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따라 그에 따라 얻을 효과가 명확해질 것이고 성과급 방식이 연봉과 생활 문제로 직결될 수 있는 임직원 입장에선 '100% 현금'과 '일부만 주식 지급' 등 성과급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주가를 연동한 삼성전자의 방식에 대해선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삼성전자는 임원들이 성과급으로 받아 간 자사주에 대해, 1년 후에 받아 가도록 정하고 그사이 주가가 하락할 시 자사주 지급량까지 줄이는, 파격적인 요건을 더했다. 예를 들어 1년 뒤 주가가 약정 당시보다 10% 떨어지면 약정 때 받기로 한 주식 수보다 10% 적게 받는다. 경영 실적에 대한 임원들의 책임감을 높이기 위한 '채찍'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업계에선 성과에 대한 보상 성격이 담긴 성과급을 주식으로 주는 것이라면, 채찍보단 당근에 걸맞은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주가는 임원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올릴 수 없는 불투명성이 있다"고 강조하며 "이를 연동해서 성과급을 주게 되면 도리어 의욕을 낮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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