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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인터뷰]"전기차 캐즘, 2027년에 끝난다…보조금없이 경쟁할 수 있어야" 장정훈 삼성증권 이사
    입력 2025.02.1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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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2.05 윤동주 기자

[ 아시아경제 ]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경쟁할 수 있는 2027년에서야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사라지고 이차전지도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시켰다.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의 유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대해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이사)은 지난 5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이차전지 기업들이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제는 보조금에 의존한 전기차 시장 성장을 기대하는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고 말했다. 장 이사는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전기차 확대 정책이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장 이사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임기 2기의 집행부가 우익 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기존의 친환경 규제들을 대폭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첫 번째 임기였던 2020년 그린딜 정책을 승인하며 온실가스 감축, 전기차 도입 확대 등 일련의 환경 규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유럽 내 전기차가 크게 늘었으나 유럽의 제조 기업들이 위축되고 중국 기업이 오히려 혜택을 받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같은 역풍이 불자 폰 데어 라이엔 2기 집행부에서는 기존의 환경 정책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개별 국가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오는 23일 치러지는 독일 총선에서도 현재 보수 및 극우 정당이 우세하다. 보수 정당이 집권할 경우 독일에서도 전기차 보조금 정책도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이차전지 기업의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미국 에너지 해방'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일단 중단됐다. 미국 정부는 향후 90일간 IRA 정책의 타당성에 대해 검토한 후 지속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장 이사는 "한국 기업들은 IRA 혜택중 AMPC는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MPC는 미국에서 배터리, 태양광 등 친환경 제품을 생산할 경우 해당 기업에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제도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SK온은 이를 통해 얻은 수익금 약 3조원을 영업이익에 반영했다.

장 이사는 그동안 한국의 배터리 산업이 미국, 유럽의 친환경 자동차 보급 정책에 힘입어 성장했지만 이제는 보조금없이도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했다. 장 이사는 "2023년부터 불기 시작한 전기차 캐즘은 미국이 해외우려기관(FEOC) 제도를 도입하면서 보조금 대상 전기차가 크게 축소한 영향을 크게 받았다"며 "IRA에서 보조금 정책이 중단되면 FEOC 조차도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FEOC는 사실상 중국 기업을 지칭하는 것으로 미국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중국의 공급망을 제한하는 역할을 했다. 그 결과 국내 기업이 수혜를 입었지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대상이 줄면서 전체 시장이 감소하기도 했다. 그런데 FEOC 제도 자체가 무력화되면 미국 전기차 공급망에서 한국과 중국이 대등하게 경쟁을 벌이게 되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장 이사는 현재 전기차 캐즘이 주요국의 보조금 정책 축소에서 기인한 만큼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이 동등해지는 패리티(parity·등가) 시대가 도래해야만 전기차 시장이 정상적인 성장 궤도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통상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의 가격이 같아지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가격(팩 기준)이 킬로와트시(kWh)당 100달러 이하로 내려가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24년 기준 kWh당 배터리팩 가격은 전년보다 20% 하락한 115달러를 기록했다. 장 이사는 "현재 가격 하락 속도라면 2027년에는 배터리팩 가격이 100달러를 밑돌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기차가 보조금없이도 내연기관차와 경쟁하면서 캐즘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셀 기업들은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점차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장 이사는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의 배터리 재고조정이 1분기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그렇다고 해도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결국 현재로서는 이차전지 기업에 대한 투자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장 이사는 리튬, 니켈 등 광물 가격도 당분간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에서도 이차전지 공급과잉으로 재고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광물 수요도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광산들이 감산에 들어가지도 않고 있다. 장 이사는 "CATL, BYD 등 중국의 주요 이차전지 기업들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리튬 채굴을 계속하고 있어 공급이 줄지 않고 있다"며 "리튬 가격도 2027년경에야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기대하고 있는 46시리즈(지름의 길이가 46㎜) 원통형 배터리에 대해서는 건식 전극 기술의 완성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 이사는 "46시리즈를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절감이고 이를 위해서 건식 전극을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식 전극이 채택되지 않는 한 현재 2170 배터리를 대체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장 이사는 배터리의 성능을 한단계 향상할 수 있는 실리콘 음극재 및 실리콘 음극재 함량을 확대할 수 있게 도와주는 탄소나노튜브(CNT) 도전재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리콘 음극재는 과거 고급 전기차용 배터리에 탑재됐지만 지난해 기아 EV3 이후로 보급형 전기차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실리콘 음극재 생산이 확대되면서 시장 확대의 장애물이었던 높은 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장 이사는 장기적으로 전고체 배터리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봤다. 장 이사는 "전고체 배터리의 시장 점유율은 2030년에 2% 안팎에 머물겠지만 일단 상용화에 성공해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춘다면 가격이 내려가면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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