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오는 11일 발표할 것으로 예고하면서 국내 관련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당장 수출재 가격 인상과 물량 축소 등 일부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고 있으나, 추가 관세나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쿼터제 등에 대한 관련 정책의 자세한 내용을 파악해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 3사(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예고한 관세 조치가 현실화되면서 향후 발표 내용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방안을 고심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 정책에 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며 정확한 내용 파악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단기적으로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란 것이 현재까지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기 행정부에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수입산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자동차, 무기 등 제조에 필수인 미국 철강 산업이 타국에 잠식당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논리였다. 당시 미국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중이던 한국은 부랴부랴 철강 협상에 나섰다. 결국 한국은 무관세 조치를 받는 대신 대미 수출 물량을 연간 약 263만t으로 제한하는 쿼터제를 적용받게 됐다.
이런 가운데 철강 보편 관세가 트럼프 대통령 예고대로 부과된다면 대미 수출 물량은 더욱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가격이 높은 자동차용 강판 등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수출 타격이 예상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리 철강 업황이 안 좋은 상황인데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중국과 사이에서 우리나라를 지렛대로 활용할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고 틈새 전략을 짜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미국의 철강 관세는 중국의 저가 철강 수출 공세를 더욱 심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내수 부진에 시달리는 중국은 자국 내 과잉 생산된 철강을 수출로 해소하고 있는데,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산 저가 철강이 미국 대신 아시아, 유럽 등 글로벌 시장으로 쏟아져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철강 공급 과잉이 심해지고 연쇄적으로 한국 철강 업체들도 가격 하락과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미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지 생산 시설에 적극 투자하면서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최근 현대제철이 자동차 강판 제품 등을 생산하는 제철소를 미국 내 신규로 짓는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한국 철강 업계가 친환경·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고,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다만 정책에 관한 자세한 내용이 발표되지 않은 만큼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공존한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관련 불확실성은 국내 기업에 큰 리스크로 작용한다"라며 "미국의 정책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관세 부과 발표 이후 국가별 협상이 이뤄진 점도 이 같은 신중론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위원은 "1기 때도 쿼터를 협상해서 일종 물량까지 관세 면제를 받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하게 나오고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면 국가별 협상 여지가 있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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