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가성소다 점유율 1위 업체인 한화솔루션이 ‘전기차 붐’ 기대를 업고 증설한 가성소다(수산화 소듐) 공장 가동이 임박했다. 하지만 당초 전망과 달리 배터리 산업 불황이 길어지면서 사업 전망에 먹구름이 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이 전남 여수공장에 증설한 공장이 완공돼 테스트 중이다. 올해 가성소다 생산능력은 27만t 추가 확보될 예정이다.

이른바 ‘양잿물’로 알려진 가성소다는 소금물을 전기로 분해해 얻을 수 있는데, 강한 염기성을 지니고 있어 과거엔 주로 섬유 염색이나 비누 제조에 쓰였다. 최근엔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 생산 공정이나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일종의 ‘세제’로 사용된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 급증을 전망한 석유화학 기업들은 가성소다가 극심한 불황에 빠진 석유화학 업계의 효자 역할을 한다며 적극적으로 투자를 집행했다.

그러나 전기차 수요 부진이 지속되면서 전망이 깜깜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초기 의사결정 했을 때 비해 사정이 안 좋아진 것이 사실"이라면서 "전방산업이 잘 돼야 함께 좋은 방향으로 따라갈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산업이 나아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가성소다는 배터리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필요한 제품이기 때문에 단순히 전기차 배터리 시장만 보거나 단기적으로 전망해 투자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지난해 말 글로벌 가성소다 가격이 반등하면서 4분기 화학 기업 실적에 보탬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시장조사기관 ICIS에 따르면 글로벌 가성소다 1t당 가격은 지난해 1분기 361달러(약 52만2367원)였던 것이 4분기 450달러(약 65만1150원)로 올랐다. 그러나 이마저도 큰 효과는 없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안 좋은 상황에서 조금 개선된 정도였다. 올해 가격이 유지될 거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워낙 변동이 심해 미래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6일 발표된 한화솔루션의 케미컬 부문 실적은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매출은 4조8172억원, 영업손실 1213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정기보수로 인한 판매량 감소 등을 이유로 올해 1분기 역시 적자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앞으로 전기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해 생산능력(케파)을 만들어놨으나 판매가 지지부진하다 보니 배터리 3사를 비롯해 후방산업까지 전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러한 생산 물량을 가진 상태에서 4~5년 정도 어떻게든 유지하고 있어야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배터리 시장을 중국에 뺏기지 않는다”며 “정부는 기업들이 숨통을 돌릴 수 있게끔 지원하고 각 기업도 에너지저장장치(ESS),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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