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코노미뉴스 송태원] 한화그룹이 자주포부터 잠수함까지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수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 육군의 차세대 자주포 도입 사업에서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부상했으며, 베트남과의 K9 자주포 수출 협상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도 HD현대중공업과 협력해 폴란드, 캐나다, 필리핀 등에서 대규모 잠수함 및 함정 수주에 나설 계획이다.

1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미 육군은 이달 중순 차세대 자주포 도입을 위한 공식 입찰 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육군은 기존의 자주포 개발 프로젝트인 ERCA(Extended Range Cannon Artillery)를 중단하고, 성능이 검증된 해외 자주포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1월에는 커티스 스캐퍼로티 전직 주한미군사령관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3사업장을 방문해 K9 자주포 생산라인을 직접 점검한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유마 사격장에서 K9 자주포의 실사격 및 기동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경쟁력을 입증해 미 육군의 차세대 자주포 도입 사업에서 유력한 후보로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0월 열린 ‘미 육군 협회(AUSA) 2024 방산 전시회’에서는 자동화 성능이 대폭 개선된 K9 자주포 개량형인 ‘K9A2’를 최초로 공개했다.

아직 미국 차세대 자주포 도입 사업에 'K9A2'로 참가하는 것이 확정된 것은 아니나, 향상된 자동화 성능과 높은 전투 효율성을 갖춘 자주포를 미국에 선보였던 만큼 'K9A2'로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K9A2는 탄약과 장약을 100% 자동으로 장전할 수 있으며, 분당 최대 9발 이상의 포탄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기존 5명이던 운용 인원을 3명으로 줄였고, 복합 소재 궤도를 도입해 진동과 소음을 대폭 감소시킨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미 육군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는 주요 요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군사 전문 매체인 브레이킹 디펜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 육군 지상 전투 시스템 프로그램 총괄 책임자인 글렌 딘 소장은 이달 중순부터 자주포 도입에 대한 본격적인 입찰 절차와 경쟁 평가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평가 과정은 1단계에서 사거리, 정밀도, 화력, 기동성, 지원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2027년에 2단계 평가를 진행한 뒤 2030년부터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한다.

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베트남과의 K9 자주포 수출 협상도 성사 직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대상은 20~30문, 약 3억 달러(약 4300억 원) 규모로, 성사된다면 이는 한국 방산업계가 공산권 국가에 처음으로 무기를 수출하는 사례가 된다.

베트남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전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K9 자주포의 성능에 주목하고 있다. 2023년 2월 베트남 국방부 관계자들이 한국군 제7기동군단을 방문해 K9 자주포를 처음 접한 이후 수출 논의가 본격화됐다.

K9 자주포는 이미 폴란드, 핀란드, 인도, 호주, 이집트 등 10개국에 수출됐으며, 이번 베트남 계약이 성사될 경우 11번째 도입국이 된다. K9 자주포는 글로벌 자주포 시장의 5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여기에 미국과 베트남까지 수출이 확대된다면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중동·아프리카 시장 공략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달 17일부터 21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제전시컨벤션센터(ADNEC)에서 열리는 중동·아프리카 지역 최대 규모 국제무기박람회 'IDEX 2025'(국제 방산 전시회)에 참가할 계획이며, 현지에서의 우리 군과 UAE군의 연합훈련을 통해 K9 자주포의 성능을 시범하고 K9 자주포의 우수성도 홍보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시스템 관계자는 “미국은 방산 산업의 '꿈의 무대"라며 "K9 자주포 미국 도입이 확정된다면 한국 방산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는 지상 뿐만 아니라 해상에서도 방산 수출 증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최근 글로벌 해양방산 수출을 방해하는 내부 갈등을 최소화 하기 위해 경쟁을 지양하고 ‘원팀’ 전략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양사는 지난해에도 KDDX 사업을 둘러싼 법적 갈등을 해소하며 협력 체제를 강화한 바 있다.

양사는 수상함과 잠수함 분야로 역할을 분담해 각자의 강점을 살려 수출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지스 구축함(DDGⅡ)과 한국형 구축함(KDDX) 등 수상함 설계 및 건조 기술에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한화오션은 장보고Ⅲ급 3000t급 이상 잠수함 수주 실적을 바탕으로 잠수함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양사는 한 업체가 수주를 따내면 국내 건조 과정에서 선체와 전투 체계를 분리하거나 제작 과정을 나누는 방식 등 세부 협력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손을 잡는다면 향후 이어질 해양 방산 수주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향후 3년간 필리핀, 에콰도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20여 척의 수상함이, 폴란드와 캐나다를 포함해 18척의 잠수함이 발주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