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우리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딥시크 쇼크'의 사정권에 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TC(열압착)본더의 현황을 살피고 향후 개발과 양산 방향, 대책 등을 세우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노무라증권은 11일 오후 2시30분 서울에서 '테크 투어(Tech Tour)를 연다. 우리나라의 주요 소부장 기업들이 모두 이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한미반도체는 여기에서 기업설명회를 열고 딥시크 출시에 따른 HBM 시장의 동향, 차세대 HBM 생산용 본더 출시 로드맵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서 소부장 기업들은 TC본더의 미래를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TC본더는 HBM에 쓰이는 D램을 쌓아 올리는 과정에서 칩을 하나하나 열로 압착해 접합하는 장비다. 8~12회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단수를 쌓는다. 얼마나 많은 단수를 정확하고 빠르게 쌓느냐가 제품의 성능을 좌우한다.
지난달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AI플랫폼 '딥시크 R1'을 출시한 후 TC본더 역시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와 관련 기업들은 대비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딥시크의 R1은 적은 비용으로도 챗GPT에 버금가는 AI챗봇을 개발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반도체 업계에선 HBM도 고가, 고성능의 제품을 굳이 쓸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HBM이 세대를 거듭하며 성능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함께 발전했던 TC본더로서도 앞날을 알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앞으로 고가의 HBM에 대한 수요가 낮아지면 함께 TC본더의 수요 역시 줄어들며 향후 시장에서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장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TC본더를 주력으로 생산해 온 기업들은 다급해지고 경쟁은 치열해지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전날 곽동신 한미반도체 대표이사 회장은 약 2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해 주가 부양에 힘을 보탰다. 이번 자사주 취득은 업계 일각에서 한화세미텍(옛 한화정밀기계)이 한미반도체의 주력 제품인 TC 본더의 대체 공급자로 첫 대량 수주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주가가 하락하는 데 나온 결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연간 매출 5589억원, 영업이익 2554억원을 기록하며 1980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이런 행보를 밟은 데는 TC본더 시장의 불투명성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도 지배적이다. 이외에도 한미반도체는 한화세미텍와 TC본더 제품을 놓고 특허 침해 소송을 하고 있다. 한화정밀기계는 오랜 기간에 걸쳐 한미반도체가 자사 제품의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소송을 제기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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