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중국산 후판 수입이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정부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철강업계는 중국산과의 가격 차이를 극복할 고율 관세 부과를 기대하고 있다.
13일 정부와 철강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오는 20일 회의를 열고 현대제철이 제소한 중국산 후판의 반덤핑 조치와 관련한 의견을 조율한다. 이 회의를 거쳐 무역위가 중국산 후판 유입에 따른 국내 철강 업계의 피해를 인정하는 예비판정을 내리면 중국산 후판에 대한 잠정적인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정부는 지난달에도 중국산 스테인리스스틸 후판 등에 잠정 덤핑 방지 관세(21.62%)를 부과한 적이 있어, 업계 안팎에서는 예비 판정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국내 2위 철강사인 현대제철은 지난해 7월 중국산 후판에 대해 산업부 무역위에 반덤핑 제소를 했으며 무역위는 같은 해 10월 반덤핑 조사를 개시한 바 있다. 덤핑 방지 관세는 외국 기업이 자국 판매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해당하는 '덤핑'으로 상품을 수출했을 때, 해당 수출품에 추가 관세 격인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조치다.
특히 이번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대상에 한국을 포함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는 미국의 관세부과가 실시되는 다음 달 12일부터 입을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산의 공습이다. 지난해 국내 철강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중국산 후판 수입 물량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후판 수요는 2021년 811만t, 2022년 821만t, 2023년 839만t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780만t으로 떨어졌다. 반면 중국산 후판 수입 물량은 2021년 44만t, 2022년 79만t에서 2023년 130만t으로 64.5% 늘었고, 지난해에는 137t(스테인리스 후판 제외)으로 역대 최대 규모까지 증가했다.
t당 100만원 수준의 후판 가격을 고려하면 국내 후판 시장 규모는 연 8조원에 달한다. 무역위가 중국산 후판에 대해 덤핑 예비판정을 내릴 경우, 역대 무역위가 내린 결정 가운데 최대 규모의 시장이 영향을 받게 된다.
업계는 스테인리스스틸 후판 잠정 덤핑 방지 관세 부과 전례와 업계가 겪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해 무역위가 관세 부과 판단을 내릴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중국산과 국산 후판 사이 20% 이상의 가격 차이가 관세율에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과 결정뿐 아니라 관세율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가격이 20%에서 30%까지도 차이 나는 상황에서, 10%의 관세를 매긴다면 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량 공급의 안정성 등 측면에서는 중국산 대비 국내 후판이 우위를 가지고 있다"면서 "이 같은 우위가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가격 경쟁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업계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산 후판 가격의 추가 인하 여지가 없다"면서 "결국 (관세 부과는) 공정 무역 시장의 정상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최근 '슈퍼사이클'을 맞은 조선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소 대상은 건설향 후판이므로, 관세 측면에서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장의 문제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국내 철강 산업의 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문제"라면서 "신중하면서도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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