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가 총 11조9000억원으로 집계되며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투자금의 절반 이상이 창업 7년을 초과한 후기 스타트업에 집중되면서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국내 벤처투자는 비교적 빠른 회복세를 보였지만 업력별 투자 편중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국내 벤처투자 및 펀드결성 동향'을 발표했다. 통계에는 벤처투자 회사 등과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술금융사) 등 실적이 모두 포함됐다.
지난해 벤처투자 규모는 총 11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9.5% 증가한 수치로, 2021년부터 이어진 감소 추세에서 벗어나 3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이 기간 글로벌 벤처투자 규모(480조원)가 전년 대비 거의 변동이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글로벌 시장 대비 회복세가 뚜렷하다는 것이 중기부 해석이다.
전체 투자 규모는 늘었지만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창업 3년 이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전년보다 17% 감소한 2조2243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7년 초과 후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6조3663억원으로 전년 대비 23.3% 증가했다. 3~7년 업력의 중기 스타트업에는 전년 대비 9.3% 증가한 3조3551억원의 투자자금이 몰렸다.
김봉덕 중기부 벤처정책관은 "기업공개(IPO)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는 초기 투자기업보다는 수익률은 줄더라도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은 투자 건으로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기부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자펀드 운용사에 인센티브를 줄 예정이다. 김 정책관은 "민간에서 이뤄지는 펀드에 의무적으로 투자하라고 제한할 수는 없지만, 운용사가 초기 기업에 투자를 집중하겠다고 한다면 자펀드 선정 과정에서 가점을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펀드결성액은 10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줄었다. 결성된 펀드 수도 2023년 859개에서 지난해 811개로 감소했다. 출자자별로는 일반 법인, 금융기관, 벤처캐피털(VC) 등 민간 출자 규모는 전년보다 25.1% 감소한 8조1324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모태펀드를 비롯한 정책금융 규모는 같은 기간 11.3% 늘어난 2조4226억원을 기록했다.
김 정책관은 "올해 금리 인하 추세로 간다면 벤처투자 결성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펀드 결성이 줄어들어 미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종별로는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ICT서비스'의 투자액이 전년 대비 38% 증가,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ICT서비스 중에서도 AI 기술 활용 분야가 7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영상·공연·음반'에 대한 투자액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급격히 커진 영향으로 업종 중 가장 하락률(23.7%)이 높았다.
중기부는 국내 벤처투자시장이 지금의 회복세를 더욱 가속할 수 있도록 2025년 중기부 모태펀드 출자예산 전액(1조원)을 1월에 공고해 마중물을 조기에 공급할 예정이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지난해 우리나라 벤처투자 규모는 어려운 글로벌 시장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방안을 성실히 이행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규제를 완화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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