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지난 4일 중국 상무부와 관세청이 텅스텐, 텔루륨, 비스무트, 몰리브덴, 인듐 등 5개 품목과 관련 기술에 대해 수출 통제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9월 무기와 방위산업의 핵심소재인 안티모니 수출을 제한한 데 이어 통제 범위를 확대하면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그 여파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우리 정부도 긴급 점검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조사한 결과, 지난해 기준 텅스텐의 대(對)중국 수입 의존도는 85%, 몰리브덴은 90% 이상에 달했다. 대체 수입처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다. 반면,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은 국내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3개 품목 모두 안정적인 국내 생산과 공급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이들 3개 핵심소재를 생산하는 곳은 고려아연이 유일하다. 고려아연은 기술 투자와 생산량 확대를 통해 상당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특히 인듐의 경우, 고려아연은 세계 제련소 중 가장 많은 양을 생산하는 글로벌 1위 업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인듐 생산량과 수요량은 약 1400톤 수준이다. 이 중 중국이 50%를 차지한다. 중국 업체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과거에도 중국의 공급 차질이 발생할 때마다 인듐 가격이 요동쳤다. 올해 평균 인듐 가격은 1kg당 317달러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번 중국의 수출 규제로 추가적인 가격 상승과 공급난이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아연의 역할이 더 주목받고 있다. 고려아연은 아연 제련 과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인듐을 회수해 연간 약 150톤을 생산한다. 이는 전 세계 수요의 약 11%에 해당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2025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 인듐 수입국 중 한국 비중은 29%로 1위를 기록했다. 사실상 미국 인듐 공급망의 30%를 고려아연이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발 공급 리스크가 커지면서 한국산 인듐 비중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인듐은 ITO(Indium-Tin-Oxide) 형태로 평판 디스플레이와 터치스크린 등에 사용된다. LCD TV 판매 부진으로 가격이 한동안 낮았지만, 최근 태양광 박막전지와 5G 광통신 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수요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인화인듐(InP) 기반 반도체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2024년 2분기, 한 미국 반도체 기판 업체의 인화인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다는 보고도 나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과 CTO 이제중 부회장 등 현 경영진을 중심으로 희소금속 회수율 증대와 기술 투자에 힘써왔다"며 "국가 기간산업의 일원으로서 안정적인 핵심소재 공급망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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