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국내 주요 종합광고대행사들이 지난해 해외 실적에 따라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대형 광고대행사의 경우 파리올림픽 특수를 누리면서 내수 부진의 직격탄을 피해 갔지만, 국내 시장 의존도가 높은 SM C&C는 매출과 수익성이 모두 뒷걸음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광고대행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계열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은지난해 매출액이 4조3442억원으로 전년 대비 4.9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207억원으로 전년 대비 4.29% 성장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광고대행사인 이노션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1205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이 기간 영업이익은 1557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올랐다.
LG그룹 계열 광고대행사인 HS애드은지난해 매출액 5547억원, 영업이익 296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1.17%, 11.83% 성장했다. 반면 카카오 계열 광고대행사인 SM C&C의 지난해 매출액은 1099억4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3.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5억85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4% 줄었다.
국내 광고 시장은 경제성장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기가 호황이면 기업들의 광고비 지출이 늘어나지만, 경기가 위축되면 이를 줄이는 탓이다. 특히 국내 광고비 지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경기가 부진할 경우 광고비 예산을 먼저 감축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광고대행사들도 지난해 성장세 대부분이 해외 시장에서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제일기획의 경우 매출에서 국내가 차지하는 비중은 21.6%, 해외 비중은 78.4%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해외 실적을 보면, 영업수익에서 미국의 주요 종속회사는 전년 대비 18.6%, 인도는 20.7%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리테일과 디지털 광고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해외보다 성장률이 낮았다.
이노션 또한 해외 시장에서 높은 성장을 보였다. 지난해 이노션의 매출에서 국내(본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3%, 해외 비중은 77%에 달한다. 이중 미주 지역은 매출의 54%, 유럽 12%, 신흥시장 10%, 중국 1%를 차지하고 있는데, 특히 미주 지역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내 영업이익은 4% 성장하는 데 그쳤다.
HS애드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에서 국내(본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62.6%에 달하고 해외(종속회사)는 37.4%를 차지한다. 특히 미국은 전체 매출의 20%가량을 차지했다. HS애드 관계자는 "디지털 마케팅 사업을 확대하면서 판관비가 증가했지만 매출과 매출총이익 성장세가 비용을 상회하면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매출액과 영입이익 모두 부진했던 SM C&C의 경우 국내 광고가 큰 비중을 차지하며 직격탄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SM C&C 광고 부문에서 해외(수출) 매출은 2.4%에 불과했지만 국내(내수) 매출은 97.6%를 차지한다. 광고 매출의 대부분이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SM C&C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것은 방송 업계 불황으로 인한 부진 영향이 가장 크다"면서도 "광고 부문 또한 경쟁이 많이 심화한 탓에 매출이 전년보다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를 하회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국내 광고시장은 디지털을 제외한 부문에서 부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광고 시장은 SNS, 유튜브 등 디지털 광고가 견인하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의 1월 방송통신광고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총광고비는 전년 대비 2.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온라인 광고시장은 전년 대비 8.2% 증가하고, 올해에도 5.1%의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지난해 방송 광고시장 규모는 10.8%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해외 광고시장 여건은 국내보다 비교적 낫다. 글로벌 미디어사 제니스 옵티미디어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광고시장은 파리 올림픽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SNS 등 온라인 광고 연평균 4.6%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2026년에는 전체 광고시장의 61%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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