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지난해 견조한 매출 실적을 기록한 국내 정유사들이 캐나다산 원유 수입을 도입하거나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캐나다산 원유가 미국 외 시장으로 나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국내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업체들은 최근 캐나다산 원유 도입에 따른 채산성 분석에 나섰다. 유가가 기업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업종 특성상 최대한 낮은 가격에 원유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캐나다산 원유는 중동산보다 배럴당 15달러(약 2만1600원)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유사들이 캐나다산 원유 도입을 검토하고 나선 건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캐나다산 원유에 ‘관세 칼날’을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원유 대부분을 미국 정유 업체로 수출해 왔는데, 미국이 캐나다산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등 아시아권으로 수출국을 넓힐 요인이 생긴다. 현재 한국은 원유 수입 70% 가까이 중동 지역으로부터 수급하고 있다.
물론 캐나다산 원유 도입과 관련해선 고려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다. 유종 특성이나 추가적인 운송 비용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운송 비용을 고려해야 하고 종래에 수입하던 중동산 원유 도입 비율과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나갈지 등 여러 요소를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원유 공급처가 다변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드릴·베이비·드릴(drill·baby·drill)"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화석 연료 생산 확대를 시사한 데 이어 최근엔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종식도 공언했다. 러시아산 원유가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운 것이다. 우리 기업으로선 원유 생산 증가로 유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원유를 들여와 정제 마진을 높일 수 있다.
석유협회 관계자도 "캐나다산 원유를 직접 수입하지 않더라도 다른 지역 유가에 영향을 미쳐 간접적인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러·우 전쟁 이후 석유 제품 수요 증가도 기대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 관계자는 "그간 러시아산 원유가 중국에만 값싼 가격에 흘러 들어가 중국발 정유 제품이 한국 업체 대비 월등한 원가 우위에 있었다"며 "(종전 시) 중국의 원가 경쟁력이 약해지고 국내 정유 업체는 가격 경쟁력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 예상된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쟁으로 인해 지체됐던 경제 성장이 풀리면서 석유제품의 소비가 늘어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정유 업계는 지난해 휘발유·경유 수출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 석유’ 기조로 올해도 실적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정유 부문에서 각각 49조8399억원, 37조8028억원, 28조8405억원, 28조781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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