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 등장으로 고성능 칩에 대한 회의론이 커졌지만,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에 집중하며 성장 전략을 이어갈 방침이다.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주요 책임자들의 최근 발언을 종합하면, HBM 수요 지속을 전제로 한 '생존 전략'이 일관되게 담겨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김호식 SK하이닉스 메모리 시스템 연구센터 수석부사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실리콘밸리 프라이빗 AI 포럼(K-PAI)에 참석해 패널 토론에 나섰다. 그는 딥시크의 등장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김 수석부사장은 딥시크 출현이 '완전히 새로운 기술'은 아니라고 평가하면서도 "최적화 기술이 발전하면 당장은 메모리 요구사항이 완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반인공지능(AGI)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이를 뒷받침하는 HBM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I 연산 성능을 뒷받침하는 HBM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딥시크가 저사양 칩으로 구현됐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GPU 수요 둔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요구사항이 일시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은 있지만, AI 시장 확장과 함께 고사양 GPU 및 HBM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가 없는 만큼 메모리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엔비디아가 AI 시장에서 GPU 공급을 지속하는 한, HBM 수요 역시 견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HBM 개발을 총괄하는 또 다른 기술 책임자 역시 같은 입장을 보였다. 이강욱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지난 13일 한국반도체학술대회에서 '강대원상'을 수상한 뒤 "딥시크가 등장했지만, 우리가 더 잘하면 된다"며 HBM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부사장은 2019년 3세대 HBM2E 개발 당시 MR-MUF 패키징 기술을 도입해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기여했다. MR-MUF(Molded Underfill) 패키징 기술은 반도체 칩을 보호하면서도 더 얇고 강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현재 4세대(HBM3) 및 5세대(HBM3E)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내달 용인 클러스터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곳에는 10년간 120조원을 투입해 메모리 반도체 팹 4곳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는 HBM을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사활을 걸겠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회사는 최근 인프라 구축 담당 인력 채용을 시작하는 등 생산 거점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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