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대미(對美) 수출 규모가 4년새 2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확대됨과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의약품 관세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여지 또한 커졌다는 의미다.
19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UN 무역통계데이터를 인용한 '미국의 의약품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의약품 규모는 지난해 기준 39억7000만 달러(약 5조7267억원)다. 2020년(19억 달러 / 약 2조 7407억원)에 견주면 약 100% 증가했다.
이런 흐름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베터(개량신약) 등이 견인하고 있다. 이들 품목의 수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30억7809만 달러(약 4조 4401억원)로 전체의 77.5%다.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베터를 분리해 수출입 통계를 낸 건 2022년 부터다. 그 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베터의 수출량은 23억8028만 달러(약 3조4335억원)였는데 이후로 2년 새 29.3% 증가했다. 보툴리눔 톡신 등으로 대상을 넓혀 잡으면 전체 의약품 중 바이오 의약품이 대미 의약품 수출의 94.2%를 차지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기본 입장은 의약품 가격 인하와 공급망 안정화다. 이런 기조를 감안하면 원칙적으로 미국과 우리의 파트너십은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다. 고가의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에 비해 값이 싼 바이오시밀러와 제약기업이 필요로 하는 바이오의약품 위탁 생산 물량 등에 대한 현지의 수요가 앞으로 더 높아질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약품 관세 구상은 이런 환경과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대체제를 찾기 어려운 의약품의 특성상 관세 장벽이 자국 내 시장에 끼칠 악영향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산업은 저렴한 원료의약품(DS)을 수입한 후 미국 현지에서는 패키징만해 완제의약품(DP) 형태로 바꾸는 등 관세를 피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며 "의약품 관세의 세부 사항을 봐야겠지만 다른 산업군에 비해서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은 의약품 943억 달러(약 136조원)를 수출하고 2126억 달러(약 306조원)를 수입해 1180억 달러(약 170조원)의 무역수지 적자를 봤다. 이는 전년도 875억 달러 적자보다 늘어난 수치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의약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이자 세계에서 두번째로 의약품을 많이 수출하는 국가다.
미국이 의약품을 수입(작년 기준)한 주요 국가는 아일랜드(503억2000만 달러), 스위스(190억 달러), 독일(172억1000만 달러), 싱가포르(152억6000만 달러), 인도(127억2000만 달러) 순이었다. 이어 벨기에, 이탈리아, 중국, 일본, 영국 순으로 대부분 유럽에서 수입하고 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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