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국내 점유율 1위인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 로보락이 자사 제품 약관에 소비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계열사 및 제삼자에게 제공 가능하다고 명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가 개인정보를 통째로 수집해 바이트댄스에 넘기면서 불거진 정보보안 이슈가 국내 진출한 중국 가전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19일 아시아경제가 로보락을 비롯해 또 다른 중국 로봇기업 에코백스, 국내 삼성전자·LG전자 등 4사의 로봇청소기 관련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비교한 결과, 개인정보 공유 및 유포 가능성과 제공 업체 명시 여부, 보안 조치 등에 대한 기준은 중국과 한국기업이 서로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로보락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따르면 고객 개인정보를 계열사나 다른 서비스 업체와 공유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에코백스·삼성전자·LG전자는 개인정보 공유 시 고객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로보락은 해당 국가의 데이터 보호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고객 동의 없이도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로보락과 에코백스는 개인정보 공유가 가능한 계열사와 제삼자 서비스 제공업체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개인정보 제공 시 ▲유료 서비스 제공에 따른 요금 정산 ▲통계 작성 및 학술 연구 등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형태로 가공한 경우 ▲이용자가 사전에 동의한 경우 등에 한해 개인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업체도 지침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LG전자도 자사 ‘씽큐(ThinQ)’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정보 제공이 가능한 업체와 목적, 항목, 보유 기간 등을 명확히 공개하고 있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중국기업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로보락은 2024년 상반기 기준 점유율 46.5%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150만원 이상 고가 로봇청소기 시장에서는 65.7%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점유율이 높은 만큼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더욱 심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 제공 업체가 명확하지 않은 점과 고객 동의 없이 정보가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 보안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로봇청소기는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실내 환경을 인식하고 집 내부 구조와 가구 배치를 학습하는 기능이 있어 해킹 등 외부 침입 가능성이 존재한다. 만약 해당 데이터가 계열사나 제삼자에게 임의로 공유될 경우 소비자의 사생활이 침해될 위험이 있다.
박춘식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중국 기업은 현지 법을 따르게 돼 있을지 몰라도 우리나라 법은 소비자 동의 없이 정보 수집과 공유를 못 하도록 하고 있다"며 "국제적으로 그렇게 규정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사용자들에게도 개인정보가 유출, 수집될 가능성에 대해 명확히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 로봇청소기의 카메라 해킹 사례는 이미 보고된 바 있다. 2022년 해커가 원격으로 청소기의 카메라를 조작해 사용자의 집 내부 사진을 유출하면서 중국산 사물인터넷(IoT) 기기의 보안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나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가 로보락의 약관을 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소비자에게 불리한 환불·AS 정책을 운영하거나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위반할 경우 공정위 또는 개보위가 개입할 수 있다. 앞서 공정위는 애플·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조항과 삼성·LG전자의 불공정 AS 약관을 시정한 바 있다. 스마트홈 기기를 활용하는 로보락 역시 사용자 데이터를 무단 수집하거나 제삼자에게 제공할 경우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로보락 관계자는 약관과 관련해 "미국에 있는 데이터센터를 통해 개인정보를 저장 및 처리하고 중국으로 전송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어 "다만 개인정보 관리에 대해선 현재 따로 공지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업체들은 보안 강화를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흐름은 소비자들의 보안 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자체 보안 시스템 '녹스(Knox)'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보안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중국 업체보다 보안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도 자체 보안 시스템 'LG-SDL’과 'LG쉴드'를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출시 이후까지 사용 생애 주기에 걸쳐 보안 프로세서를 적용하고 있다"며 "국가 공인 인증기관을 통해 보안 인증을 받는 등 엄격한 규정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청소기는 집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데이터를 수집하는 만큼 보안 문제가 더욱 중요하다"며 "소비자들도 이제는 가격이나 성능뿐만 아니라 보안성을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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