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출시 이후 석 달 만에 200만개가 팔린 젤리가 있다. GS리테일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스윗믹스젤리’가 그 주인공이다. 스윗믹스젤리는 지난해 최단기 판매 기록을 세웠던 두바이 초콜릿을 뛰어넘고, 최단기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편의점 단골 상품인 라면, 과자 매출도 뛰어넘어 가공식품 전체 매출 1위에 올라섰다.
스윗믹스젤리를 기획한 이진우 GS리테일 가공식품팀 MD는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GS리테일 본사에서 진행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흥행하는 신제품엔 세 가지 원칙이 있다고 강조했다. 첫째는 ‘바이럴이 되는가’, 둘째는 ‘국내에서 구입할 수 없는가’, 셋째는 ‘국내에서만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가’다. 이 특징들을 기준으로 분류하면 성공 확률이 높은 신제품을 선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윗믹스젤리도 이 원칙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스윗믹스젤리의 원형인 '스웨디시 젤리'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지난해 8월께 크리에이터 ‘젼언니’를 통해서다. 젼언니는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두바이 초콜릿’과 ‘수건 케이크’도 국내에 가장 먼저 소개한 '디저트계의 문익점'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젼언니는 스웨덴 브랜드 법스(Bubs)의 제품 스웨디시 젤리를 소개했다. 스웨디시 젤리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젤리처럼 동물성 단백질 젤라틴 성분을 사용하는 대신, 식물성 단백질인 펙틴 성분을 활용해 만든 젤리다. 딱딱하거나 부드럽기보다는 쫀득쫀득한 독특한 식감과 풍선껌 맛이 나는 특징이 있다. 다만 아시아 국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국내에서는 해외 직구 형태로 구매해야 한다. 해외 직구로 구매하면 500g에 4만원가량으로 매우 비싸다.
이 MD는 “스웨디시 젤리는 독특한 식감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이 됐고, 국내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으며, 해외 직구로 구매 시 가격은 매우 비싸다”며 “이 모든 원칙이 맞아떨어지면서 스웨디시 젤리를 상품화해야겠다는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출시 준비에 나선 것은 지난해 9월. 가장 먼저 젤리를 만들 수 있는 공장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업체를 찾는 데만 한 달 반이 걸렸다. 국내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젤리는 젤라틴 성분으로 만들어지고 있어 펙틴 성분을 취급하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과 일본의 공장을 포함해 10여곳을 선정해 아홉 곳을 둘러보고 적합한 생산 공장을 찾을 수 있었다.
이 MD는 “스웨디시 젤리 본연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식물성 성분인 펙틴만을 고집했다”며 “펙틴을 취급할 수 있는 공장 자체가 많지 않은 탓에 젤라틴 성분으로 구현하려 했던 다른 업체보다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출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윗믹스젤리는 출시를 준비한 지 약 3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28일 출시됐다.
출시 직후 스윗믹스젤리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젤리·초콜릿류 상품 중 역대 최단기간인 39일 만에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하고, 지난달 29일에는 100만개가 추가로 팔리면서 68일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46일 만에 100만개, 99일 만에 200만개가 팔리며 최단기 판매 기록을 세웠던 두바이 초콜릿보다 빠른 속도다.
스윗믹스젤리와 젼언니스윗믹스젤리는 17일 기준 편의점 매출 베스트 분류인 라면, 과자 등 가공식품 카테고리에서 전체 매출 1, 2위에 올라있다. 젤리 상품이 전체 가공식품 매출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로 스윗믹스젤리는 발주 뒤 3일 이내에 판매율 100%를 기록하고 있다. 폭발적인 인기 탓에 저녁 시간 매장에 가면 재고가 없는 경우도 많다.
이 MD는 신상품의 트렌드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제품이 탄생하고 죽기까지의 수명이 짧아진 데다, 소비자 수요와 맞지 않으면 TV 광고를 통해 알리더라도 외면받을 수 있는 것이다. 소비 패턴도 달라졌다. 최근 디저트 업계에서는 ‘디토 소비’가 유행하면서 해외에서 인기가 있는 제품을 SNS에서 본 뒤 직접 먹어 보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스윗믹스젤리의 경우 10~20대의 구매 비율이 가장 높은데, SNS상에서 유행한 디저트를 먹어 보고 싶은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
이 MD는 “과거에는 신상품이 나오면 6개월~1년은 갔지만 최근에는 제품의 수명 주기가 3개월 이하로 짧아졌다”며 “10~20년 전과 달리 핸드폰으로 소통이 원활해진 시대가 도래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니즈에 맞지 않는 상품이라면 상품이 빠르게 죽어가는 방식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젼언니와 협업해 스윗믹스젤리 2탄을 출시한 것도 그러한 배경에서다. 이 MD는 “젼언니는 두바이 초콜릿과 수건 케이크, 스웨디시 젤리 등 국내에 최초로 소개해주신 것들이 많을뿐더러 본인의 제품에 대한 책임감도 높고 구독자분들의 신뢰도 높은 분"이라며 “기존 상품의 맛을 더욱 업그레이드해서 함께 출시하면 훨씬 더 오리지널리티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협업 배경을 설명했다. GS25는 스윗믹스젤리 2탄 출시 이후에도 젼언니와 몇 가지의 상품 라인업을 준비하는 중이다.
이 MD는 “최근에는 명품백 대신 명품백을 모방한 제품이 더 많이 팔리는 '듀프 소비'가 트렌드”라며 “스윗믹스젤리도 비싼 스웨디시 젤리를 100g에 2500원 가격으로 저렴하게 모방했기 때문에 많이들 구매하시지만 짝퉁이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을 대표하는 젤리로 하리보를 떠올리는 것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젤리로 스윗믹스젤리가 떠오르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MD가 꼽은 차기 히트 상품은 풍선껌 형태의 영국 ‘드럼스틱 젤리’와 미국 실키젬의 ‘크리스탈 캔디’다. 그는 “드럼스틱 젤리는 젼언니가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인플루언서가 소개한 바 있기 때문에 퐁신퐁신한 식감을 살려 잘 팔릴 것이라 생각한다”며 “크리스탈 캔디는 광물같이 생긴 수제 캔디로, 국내에서 해외 직구로 10만원가량에 판매되고 있어 다음 히트 상품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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