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세계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테스트 장비 업체인 캠텍(CAMT)의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하반기부터 HBM 수요가 더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피 아밋 캠텍 회장 겸 CEO는 19일 '세미콘 코리아 2025'가 열린 서울 코엑스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인공지능(AI) 시장이 성장하면서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가 급증했지만, HBM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대만 TSMC가 반도체 칩을 연결하는 패키징 공정(CoWoS)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만큼 하반기부터 HBM 공급이 원활해지고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캠텍은 AI 칩 패키징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이번 전시회에서 HBM3E 16단까지 테스트할 수 있는 신장비 '호크(Hawk)'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 미국의 인텔·마이크론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아밋 회장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HBM을 탑재하려면 칩렛 구조의 패키징 기술이 꼭 필요한데, 그동안 공급이 부족해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며 "TSMC가 올해 CoWoS 생산능력을 두 배까지 안정적으로 확장하면 HBM 공급도 한층 원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HBM은 AI·HPC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최근 중국 딥시크 등장으로 일각에선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여전히 AI 산업에 천문학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엔비디아·AMD 등 GPU 제조업체들 역시 최신 AI 칩에 HBM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HBM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거란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HBM 수요 증가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아밋 회장은 "호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HBM 제조사에 필수적인 장비가 될 것"이라며 "출시 전부터 한국·미국 등에서 25대가 주문됐고 올해 안에 50대를 추가 계약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HBM의 고집적화가 진행될수록 검사 장비의 해상도와 정밀도 또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존의 8단·12단 적층 방식에서 최근 16단까지 개발이 확장되면서 캠텍과 같은 첨단 검사장비 업체들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다. AI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생산량을 확대할수록 HBM 검사 및 패키징 장비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크는 차세대 첨단 기술을 위해 설계된 모델로, 기존의 이글(Eagle) 기종이 가진 모든 능력을 뛰어넘는다는 게 캠텍의 설명이다. 아밋 회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계의 선두 주자로, (기술이 발전할수록) 캠텍이 더욱 필요할 것"이라며 "특히 AI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 캠텍의 장비는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캠텍의 시가총액은 2021년 2월 12억7350만달러에서 5년 만인 이달 초 기준 38억2500만달러로 3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6월에는 59억1300만달러까지 올랐다. 현재 나스닥 시장에선 중형주로 분류되지만, 대형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캠텍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억173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130만달러로 82% 급증했다. 연간 매출은 4억2920만달러(36% 증가)를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1억810만달러(65% 증가), 순이익은 1억1850만달러(51% 증가)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3% 성장한 1억2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아시아 시장 매출이 전체 87%를 차지할 정도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요한 고객이다. 한국에서 신기술을 처음 공개한 것도 그런 이유다. 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HBM 패키징 생산능력을 확대할수록 캠텍의 영향력도 커질 전망이다. 아밋 회장은 "2D·3D 검사 기술로 AI 관련 제품 대부분을 지원할 수 있어 AI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캠텍이 새롭게 출시한 모델 '호크'는 범프(반도체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미세한 금속 돌기) 간격을 10㎛ 이하로 측정할 수 있는 진일보한 능력을 갖췄다. 웨이퍼당 5억개의 범프를 수 분 내에 측정할 수 있고 150㎚ 크기의 결함까지 정확히 감지한다. 캠텍의 기존 주력 모델 '이글'은 높은 해상도로 결함을 찾아내는 광학장치 기반의 테스터인데, 이를 발전시킨 차세대 '이글 G5'는 HBM의 미세한 범프 간격까지 관측할 수 있도록 광학 해상도를 한층 개선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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