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보툴리눔 톡신(일명 보톡스)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미용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성이 가파르게 확대되는 데 따른 것이다.
2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이미 진출해있던 대웅제약·휴젤·메디톡스에 이어 종근당·GC녹십자·휴온스·파마리서치 등이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며 국내 품목 허가를 받은 업체만 13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휴젤과 메디톡스 등이 올해 대규모 새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어 국내 기업의 보툴리눔 톡신 생산능력은 연간 5000만 바이알(주사용 유리용기)을 훌쩍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 기업들과의 생산능력 차이를 정확하게 비교한 데이터는 아직 부족하지만, 지금의 흐름대로라면 앞으로 몇 년 사이에 우리 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출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 애브비(엘러간), 프랑스 입센, 독일 머츠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 내 기득권 구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의 배경이다.
해외에서 보툴리눔톡신, 필러 등 의료미용 수요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QY리서치 보고에 따르면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70억8400만달러(약 10조 1619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8.2% 이상 성장해 2028년에는 113억8300만달러(약 16조 3289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국내산 제품에 대한 주목도 또한 높아지는 추세다.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공략은 점점 더 가속화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14일 브라질 현지 파트너사인 목샤8(Moksha8)과 18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5년으로 지난 2018년 목샤8과 체결한 첫 수출 계약(180억원) 대비 10배 확대된 규모다.
휴젤(왼쪽)은 아랍에미리트에서 보툴리눔 톡신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지난해 2월 미국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보툴렉스'는 올해 상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휴젤은 3년 내 메디컬 에스테틱 시장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이 시장에 뛰어든 GC녹십자도 국내보단 해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전 세계 7개 국가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이니바이오를 인수하며 중국과 브라질 등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니바이오는 FDA(미국식품의약국)와 EMA(유럽의약품청)의 승인이 가능한 GMP 생산시설도 갖췄다.
보툴리눔 톡신은 보툴리눔균으로 만들어진다. 이 균은 1g만으로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치명적인 맹독이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는 1나노g(10억분의 1g) 가량의 극미량이 들어가는데 이 정도 양은 근육을 수축시키도록 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막아 해당 부위 근육에 힘이 안 들어가도록 하는 효과를 낸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주름 개선 같은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극미량의 균주만 확보하면 이를 배양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국내 기업의 보툴리눔 톡신 사업 영업이익률은 30~40% 수준이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애브비 등이 20년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과점했으나 최근 3년간 가격 인상으로 수요자들이 이탈하면서 성장률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해외에서 국내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인지도와 생산 능력을 확보하면 빠른 성장이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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