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한국이 처음으로 수출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1조4000억원대의 추가 비용 처리를 두고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간의 갈등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다. 한수원은 추가 공사 대금 정산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전은 'UAE 측에 추가 비용을 정산받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국제 분쟁으로까지 비화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24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최근 김동철 한전 사장과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비공개로 만나 UAE 바라카 원전 추가 비용 처리 문제를 논의했지만 해결 방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양 사는 실무진 간 협의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총 4기로 구성된 바라카 원전의 수주 금액은 약 20조원이었다. 지난해 마지막 4호기까지 상업 운전에 들어가고 나서 프로젝트가 마무리돼 주계약자인 한전과 시운전에 해당하는 운영지원용역(OSS)을 맡은 한수원 등 여러 협력사 간 최종 정산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한전은 '팀 코리아' 차원에서 UAE에 먼저 추가로 더 들어간 공사비를 받아내고 난 다음에야 '팀 코리아' 차원에서 이를 나눠 갖는 논의를 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한수원은 자사가 한전의 100% 지분 자회사이지만 양 사가 독립 법인으로서 체결한 OSS 계약을 근거로 서비스를 제공한 만큼 한전이 발주처인 UAE와 정산을 하는 것과 별도로 객관적 지분에 따라 자사 서비스 정산을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한수원은 2020년 6월부터 해마다 운영지원용역 추가 비용에 대한 지급을 한전에 요청해 왔지만 지급이 미뤄지고 있다. 이에 한수원은 지난해 11월 10억달러 규모의 추가 비용 정산을 정식으로 요구하는 클레임을 제기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수원의 청구 사항 중 대부분은 한수원·한전 간 계약에서 한전 귀책 사항으로, 한전은 지금까지 자신의 귀책 사항에 대한 비용을 발주사와 무관하게 협력사에 지급해 왔다"며 "한수원의 이번 클레임은 계약서 절차에 따른 정당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한전은 한수원에 정산에 필요한 금액을 협상하기 위해 입증자료 제공을 요청했지만 한수원이 이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은 발주처와의 현지 협상 등을 진행 중이며 현재 한수원과의 협상도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고, 발주처와의 협상에 한수원이 직접 참여할 기회를 주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한수원이 비용 지급에 필요한 증빙을 제출하고 타당성이 확인 검증되면 해당 비용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이미 입증자료를 제출했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수원은 이미 수년에 걸쳐 충분한 증빙을 제출했고, 추가로 요청 시 추가 제출도 가능한 상황"이라며 "발주사와 먼저 협상해서 비용을 받아 지급하겠다는 한전의 주장은 협력사와의 추가 비용 협의를 지연시켜 발주사에서 받은 일부 비용만을 단순히 분배하겠다는 주장으로 주계약자의 책임을 방기하고 협력사에 비용을 전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과 한수원이 체결한 OSS 계약에는 양 사 간 이견이 클레임 단계에서 조정되지 못하면 런던국재중재법원(LCIA)에서 법적 해결을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전과 한수원은 이미 각각 국제 분쟁에 대비해 로펌을 선임해 둔 상태다.
이번 양 사의 갈등은 수주 때 예상하지 못한 1조4000억원의 추가 건설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하느냐를 놓고 벌어진 일이다. 한수원으로서는 자체 산정한 추가 비용을 한전에서 정산받지 못하면 향후 1조4000억원의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모기업인 한전도 만일 발주처인 UAE 측에서 추가 비용 정산을 전혀 받지 못한다면 1조4000억원대 손실을 추가로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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