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쿠팡이 지난해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유통 기업 중 연매출 40조원을 돌파했다. 유료멤버십(와우) 회비 인상 파고를 넘기며 고속 성장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다. 쿠팡의 독주가 계속되면서 국내 e커머스 경쟁자들의 입지는 더욱 쪼그라들었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 철수 위기에 몰린 중국 e커머스(C커머스) 플랫폼이 초저가 상품을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한 가운데 이마트가 중국 알리바바와 손잡고 전략적 행보에 나서면서 국내 e커머스 시장이 재편될지 주목된다.
26일 쿠팡에 따르면 쿠팡 INC의 지난해 매출액은 41조2901억원(302억6800만달러)을 기록해 전년(31조8298억원·243억8300만달러) 대비 29% 증가했다. 내수 침체로 국내 유통사들의 실적은 우하향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쿠팡은 1년 만에 10조원 가까이 더 벌어들인 것이다. 영업이익은 6023억원을 기록해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2분기 공정위 과징금(1630억원)과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회계상 비용(401억원)을 고려하면 8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유료멤버십(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으로 '탈팡(쿠팡에서 이탈함)'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쿠팡의 사용자는 더 늘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쿠팡 활성 고객 수(구매 1회 이상 한 고객)는 2280만명으로 전년(2080만명) 대비 10% 신장했다.
쿠팡의 객단가도 올랐다. 지난해 쿠팡 고객 1인당 매출은 44만6500원으로 전년대비 6% 신장했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지난해 물류 프로세스 개선으로 당일, 새벽 배송 물량을 45% 늘려 고객의 경험을 강화했다"며 "고객을 대신해 끊임 없이 혁신해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서비스 품질에 대한 기준을 높인 결과"라고 말했다.
쿠팡이 파죽지세를 보이면서 경쟁 e커머스 기업들은 매출이 줄줄이 고꾸라졌다. G마켓은 지난해 매출액이 1년 전보다 20% 줄어든 961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674억원으로, 적자가 350억원 불어났다. 지난해 상반기 C커머스의 공세가 커지면서 마케팅 출혈이 컸고, 하반기에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이후 e커머스 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떨어지면서 디지털 가전 등 고가의 제품 판매가 저조했던 영향이다.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 일회성 비용이 늘어난데다, 티메프 사태로 피해 본 셀러(판매자)에 대해 직접 지원도 적자폭을 늘리는 데 한 몫했다 나선 것도 영향을 줬다.
SSG닷컴은 지난해 매출액이 1조5755억원, 영업손실 72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6% 감소했는데, 흑자 전환을 위해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몸집이 줄었다. 구조조정과 사옥 이전 결정으로 비용을 줄이며 영업손실액은 300억원 가량 줄었다.
11번가는 지난해 매출액 561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5% 급감했다. 다만 비용 감축 등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 영업손실은 500억원 가량 줄였지만 754억원의 적자가 이어졌다.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쿠팡 쏠림은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데이터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G마켓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470만128명으로 지난해 1월 MAU(534만2165명)보다 약 60만명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쿠팡의 지난달 MAU는 3239만6590명에 달한다. 지난해 1월 MAU(3000만명)보다 240만명이나 더 늘어난 수치다. SSG닷컴과 11번가의 지난달 MAU는 각각 207만2657명, 815만4438명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선 올해 e커머스 시장은 쿠팡과 C커머스의 대결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있다. 앞서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그룹(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은 동맹으로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고 밝히면서 쿠팡을 향한 견제구를 던졌다.
신세계그룹의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올해 상반기 내 조인트벤처(JV) '그랜드오푸드홀딩'을 설립해 본격적인 협력에 나섰다.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JV의 자회사로 편입되며 각각 플랫폼을 운영하되 판매 제품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이다.
신세계그룹은 알리와 협력을 통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오픈마켓 사업과 초저가 중국 상품을 앞세워 더 많은 고객을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알립바바 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글로벌 수준의 IT 기술력과 안정적인 투자 유치가 이어질 경우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은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으로, 이 중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은 지난 1년간 알리바바에서 가장 빨리 성장했다.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을 활용해 상품 구색 확대, 가격경쟁력 증대, 개인 맞춤형 쇼핑 개선 등 쇼핑 편의성을 빠르게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G마켓은 최근 배송 경쟁 확충을 위해 CJ대한통운과 연중무휴 배송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무제한 쿠폰과 저렴한 가격,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는 알리 익스프레스도 수혜가 예상된다. G마켓 판매자들이 알리에 입점하고, G마켓이 쌓아온 품질 관리 노하우와 고객 서비스까지 더해지면서 알리 플랫폼을 찾는 소비자가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알리는 배송 서비스 개선과 국내 판매자 지원을 위해 내년 까지 1억 달러를 투자해 물류센터를 더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테무의 한국 직접 진출도 국내 e커머스 시장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테무는 2023년 7월 국내에 직구 방식으로 진출한 이후 공격적인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테무는 오픈마켓 사업을 추가하고 국내 판매자 모집에 나섰다. 올해 테무가 국내 e커머스 시장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실제로 테무는 지난해 말 마케팅, 물류, 인사 직군의 담당자들을 채용하고 김포에 위치한 대형 물류센터와 장기 임대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재 테무의 MAU는 G마켓, SSG닷컴, 보다도 높다.
한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중국 e커머스들의 최대 약점은 소비자 신뢰가 약하고 사후 고객서비스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라며 "이러한 부분이 개선될 경우 중국 e커머스 업체들의 물량 공세를 이기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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