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정부 의료 정책의 핵심으로 '투명성'을 꼽았다. 의약품과 의료 서비스의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대선 전부터 꾸준히 밝혀온 '약가 인하' 기조를 뒷받침하는 입장으로 받아들여진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베터(개량신약) 등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와 비교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의약품으로 무장한 우리 기업들의 수혜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의료 비용 투명성 개선 행정명령 3조'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에 따라 병원과 보험사는 90일 이내에 추정치가 아닌 실제 의약품 및 의료 서비스 가격을 공개해야 한다. 관계부처는 처방약 가격 등 병원과 보험사 간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미국 재무부 장관, 노동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등은 의료 가격 투명성 규정을 신속하게 이행하고 집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처를 잇따라 내릴 전망이다.
미국 의료 시스템은 보험사와 병원·제약사 등 민간이 주도하고 있다. '살인적인 수준'으로까지 여겨지는 높은 의료비용의 배경이다. 특히 의약품 분야는 신약 특허 보호 기간이 길고 정부가 의약품 가격을 통제 하지 않아 가격이 높다. 미국의 싱크탱 기관 중 하나인 'RAND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처방의약품 가격이 32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의 평균에 비해 2.56배 비싼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은 정보 공개를 통해 이들의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목표는 환자들에게 의료 서비스의 실제 가격에 대해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라며"(의료 소비자는 의료 비용을) 확인 및 비교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최고 품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최고의 의사를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들이 많이 생산하는 바이오시밀러 등 의약품이 각광받을 여지가 그래서 높다. 바이오시밀러는 대개 원조 제품보다 가격이 30% 정도 저렴하다. 지금까지는 보험사의 처방약 리스트 우선 순위에 올라가야만 매출이 높아지는 구조라 리베이트 등 부담이 컸다. 이번 행정명령이 다름아닌 이같은 구조를 다소 완화해 줄것이라는 기대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정보 공개의 범위 등이 구체화되면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소비자의 선택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약가 인하 정책 기조를 견지해왔다. 그의 대선 공약집 역할을 했던 '어젠더 47'에는 ▲필수 의약품의 자국 생산 강화 ▲바이오 보안 강조(생물보안법 추진)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과 바이오시밀러 사용 촉진을 통한 약가 인하 등이 담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시절 다소 강제적인 행정명령(MFN 규정)으로 약가를 통제하려 했지만 미국 제약바이오협회·제약사들과의 갈등 끝에 수포가 됐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 부연구위원은 "바이오시밀러 및 제네릭 의약품 수요가 강화돼 해당 분야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나 기업도 미국 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로비 및 협력 창구를 마련해 우호적인 정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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