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국내 최대 호텔·리조트기업 대명소노그룹이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을 인수하면서 그룹 2세인 서준혁 회장이 오랫동안 바라왔던 항공업 진출의 꿈이 가시화했다. 그룹 내 신사업을 주도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꾀했던 서 회장이 본격적인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명소노그룹 지주사인 소노인터내셔널은 전날 예림당과 나춘호 예림당 회장, 나성훈 예림당 부회장, 황정현 티웨이홀딩스 대표가 보유한 티웨이홀딩스 주식 전량 총 5234만주(지분율 46.26%)를 25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 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로써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홀딩스가 보유한 티웨이항공 지분 28.02%와 기존 보유분 26.77%를 더해 티웨이항공 보유 지분율을 54.79%로 늘리고 경영권을 확보했다.

서 회장은 "항공산업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어야 하는 산업군으로, 더욱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항공사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린다"며 "안정적인 경영과 고객, 임직원 모두를 만족시키는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항공 안전 및 정비 역량 강화와 전문인력 확대, 수익성 증대, 레저-항공 산업 간 시너지라는 비전도 제시했다.

세부 방안으로 올해 문을 열 예정인 쏠비치 남해를 포함해 국내에서 운영 중인 20개 호텔·리조트와 미국, 프랑스, 하와이 등의 해외 인프라를 토대로 항공과 연계한 상품 개발, 프로모션, 여행사를 통한 마케팅 등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향후 대형 항공 얼라이언스 가입도 진행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할 방침이다. 또 티웨이항공 인수 후 사명을 변경하고 'SONO'(소노)만의 정체성을 확립시켜 기존 항공사들과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항공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대명소노그룹의 항공업 진출에는 서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그는 대명엔터프라이즈(현 대명소노시즌) 대표로 재직하던 2011년에도 당시 매물로 나온 티웨이항공 인수를 추진했으나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지난해 11월 소노인터내셔널이 또 다른 LCC인 에어프레미아 지분 11%를 인수하고, 오는 6월 이후 11%를 추가로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주식매도 청구권)도 갖고 있어 티웨이항공에 이어 항공사 경영권을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서 회장은 대명소노그룹의 모태인 대명주택을 창립한 고(故) 서홍송 회장의 아들이다. 소노인터내셔널은 2023년 말 기준 서 회장의 어머니인 박춘희 대명소노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64.07%를 갖고 있다. 이 가운데 박춘희 회장 지분이 33.24%, 서 회장 지분이 28.96%다.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서 회장은 2007년 소노인터내셔널(당시 대명레저산업) 신사업본부장을 맡으며 회사 경영에 참여했다. 계열사인 대명스테이션의 상조 서비스와 대명소노시즌의 매트리스 렌털사업을 비롯해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 소노펫클럽앤리조트 등이 그의 주도로 추진돼 명맥을 잇는 사업이다. 반면 떡볶이 전문점, 치킨, 삼겹살 등 외식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웨딩사업과 영화 등 문화사업에도 손을 댔으나 경영난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로 해외를 겨냥한 신사업으로 눈을 돌려 2019년 베트남 ‘송지아 리조트’ 위탁 운영을 시작으로 미국 워싱턴DC ‘노르망디 호텔’, 뉴욕 ‘33 시포트 호텔 뉴욕’, 프랑스 파리 ‘담 데 자르 호텔’, 하와이 ‘와이키키리조트호텔’을 차례로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대명리조트로 익숙했던 숙소 브랜드명을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편하도록 이탈리아어로 이상향을 뜻하는 '소노'로 변경한 것도 그의 주도로 이뤄졌다.

2023년 2월 그룹 회장직에 오른 서 회장은 그간 공격적으로 추진해온 신규 사업들을 통해 성과를 내야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코로나19 시기였던 2022년 매출 9261억원, 영업이익 1575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나, 서 회장이 취임한 이듬해에는 매출 8470억원, 영업이익이 974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도 매출 75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 안팎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그 사이 지난해 4월 하와이 와이키키리조트호텔 인수에 1억100만달러(약 1400억원)를 들였고,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경영권 인수를 위해 수천억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명소노그룹이 리조트 등 내수사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서 회장이 신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차별화를 위해 글로벌 시장과 연계한 사업 분야 확장에 매달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여행·레저 업계에서 영향력이 큰 항공업을 보유하면 회사가 운영하는 호텔·리조트와 연계한 내외국인 관광 상품을 확대할 수 있고,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하는데도 용이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리스크와 비용 부담이 큰 항공 사업 노하우가 없다는 점은 관건"이라고 짚었다.

소노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지난달 항공업 전문 외부 인력을 포함한 사내 전담 조직인 항공사업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며 "이들 TF를 통해 세부 사업 방향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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