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국내에는 경쟁자가 없다. 내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법인 설립을 목표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전기·소방·IT 전문 설비 및 시공업체 근우의 김재진 대표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최저가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을 넘어, 기술력과 품질로 승부할 수 있는 해외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신제품 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김 대표는 지난달 27일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메인비즈협회)가 주최한 '경영혁신 우수기업' 현장 투어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이날 충북 음성군 근우 음성공장에서 진행된 행사엔 김 대표가 공장을 직접 안내하며 특허 제품을 소개하고 경영 철학과 비전을 공유했다.
1992년 근우실업으로 출발한 이 기업은 수배전반·분전반 제조부터 전기·소방·정보통신 공사,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입지를 다졌다. 연평균 29%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2022년 1065억원, 2023년 1414억원, 지난해 2400억원까지 매출이 치솟았다. 300억을 투자한 충북 음성공장이 올해 가동되면서 생산량은 5배 이상 늘고, 원가 절감과 함께 품질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근우의 핵심 성장 동력은 끊임없는 투자와 R&D다. 2015년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한국 전기연구원 등과 협업해 신기술 개발과 제품의 상용화에 성공했다.
'안전교체분전반(SRDP)'은 근우의 대표 특허 제품이다. 인체 접촉과 주회로 전원을 차단하지 않고도 모듈 및 분기회로를 교체할 수 있어 정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규격화된 모듈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아크(Arc) 발생 시 2차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기존의 일반 분전반보다 외함 크기를 10~13% 줄여 좁은 공간에도 설치가 용이하다. 아울러 'CLCU 부스바(Busbar)'는 기존의 동(銅)부스바의 표면 불균형을 개선한 기술로, '쿠션 레이어'를 적용해 접촉부 밀착도를 높이고 전력 손실을 최소화한다.
근우는 이러한 특허 제품 개발을 통해 데이터센터·종합병원 건설 현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전기·소방·정보통신 시공 분야의 강소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기업의 경쟁력은 우수한 인재 확보에서 나온다' 김 대표의 경영 철학이다. 근우의 '3대 혁신' 경영 방침에도 '인사'가 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기술력은 결국 개인의 역량"이라며 "유능한 인재 확보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근우는 생산성경영체제 레벨 5단계 및 가족친화 인증 기업이다. 해마다 조직건강지수를 파악해 사내 근무환경과 시공 현장의 작업 환경을 지속해서 개선하고 있다. 아울러 경영성과 기반 인센티브제, 우수사원 포상, 5년 단위 근속포상, 기숙사 운영, 건강검진비 지원, 초·중·대 자녀학자금 전액 지원 등 복지정책을 통해 직원의 업무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김 대표는 "동종업계에서 이 정도 복지를 제공하는 회사는 없다"고 장담했다. 특히 대학교 등록금 전액 지원을 두고 내부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고 한다. 우수한 인재가 회사를 성장시키고, 성장한 회사가 다시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근우는 올해 충북 음성공장 가동을 계기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제 규격에 맞춰 구축된 이 공장에는 지난해 프랑스 다국적 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과 체결한 제조·판매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블록셋 판넬 생산설비가 들어서 있다. 김 대표는 국제 표준을 준수하는 블록셋 제품이 수입 대체 효과는 물론 글로벌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근우는 2023년 미국 현지법인 'KW 엔지니어링(Engineering)'을 설립하며 미국과 유럽, 아시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김 대표가 그리는 근우의 목표는 2030년 매출 5000억원 달성과 코스닥 상장이다. 그는 "힘든 대내외 환경에도 끊임없는 투자와 기술개발, 해외시장 개척과 같은 도전정신, 직원과 상생하는 기업문화를 통해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