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국내 배달 앱 시장 환경이 올해 들어 급변하고 있어 입점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정액제 상품 종료를 선언한 데다가 상생 요금제 시행에 따라 시장 1, 2위인 배민과 쿠팡이츠의 자체배달 상품 수수료율도 같아져서다. 매출과 직결되는 조건들이 다 바뀌어 입점 업체 입장에선 득실을 따진 새 전략 마련이 필요해졌다. 쿠팡이츠가 추격에 속도를 내며 1위와의 격차를 점차 좁히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5일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의 사용자 수(MAU)는 각각 2253만 명, 1026만 명, 515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위인 배민은 약 60만 명 늘었고 요기요는 88만여 명이 줄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쿠팡이츠의 급성장이다. 쿠팡이츠는 1년 동안 무려 452만 명이 증가했다. 성장률 78.6%다. 지난 1월에 이어 2월에도 월간 사용자 수 1000만 명을 훌쩍 넘으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배민이 내달부터 순차적으로 월 8만원의 정액제 상품인 ‘울트라콜’을 폐지하기로 한 것도 쿠팡이츠의 추격에 위기감을 느끼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조치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울트라콜 폐지로 앞으로 배민의 요금제는 6.8% 정률제 가게배달 상품인 ‘오픈리스트’와 상생 요금제가 적용되는 배민 자체배달 상품 배민1플러스로 구성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배달 100% 구조에 정률 요금제 하나만 있는 쿠팡이츠에 비해 배민은 상품 및 서비스나 요금제 구조가 복잡해 비효율이 축적되고 경쟁력 확대에도 걸림돌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배민에만 있던 정액제 상품이 없어지고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자체배달 상품은 상생 요금제의 형태로 시장 1, 2위가 동일 요율을 적용하게 되면서 입점 업체들의 고심이 시작됐다. 입점업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배민과 쿠팡이츠 중 주문이 더 많이 들어오는 쪽으로 합쳐야겠다"는 의견부터 "수수료가 가장 낮은 배민 오픈리스트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 배민의 정액제 상품 종료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높다. 정률제만 써야 하면 매출이 늘어남에 따라 수수료 부담도 훨씬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엔 이른바 ‘깃발 꽂기’로 불렸던 울트라콜의 폐해와 고정비용 부담, 배달 대행업체의 서비스 품질 등의 문제를 든 반론도 제기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배민 관계자는 "울트라콜 종료는 이미 자체배달, 정률제 위주로 체질이 바뀐 배달 앱 시장에서 업주나 고객에게 더 이상 비용만큼의 효용을 충분히 주지 못하는 서비스 구조를 개편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양사의 입점업체 확보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쿠팡이츠 입점업체가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민과 쿠팡이츠의 입점업체가 사용하는 관리 앱인 ‘배민사장님’과 ‘쿠팡이츠사장님’의 MAU는 각각 30만6000명, 22만1000명이었다. 6개월 전과 비교하면 배민 입점업체는 1만3000여개 줄었지만 쿠팡이츠는 2만7000여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말 배민이 상생요금제 운영을 시작했고 내달부터는 정액제 요금 순차 종료와 쿠팡이츠의 상생 요금제 적용 등의 큰 변화가 잇따른다"며 "이런 가운데 입점 업주들의 전략과, 쿠팡이츠의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등이 향후 시장 지형 변화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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