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엔씨소프트가 패션을 앞세워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했다. '리니지' 같은 단일 게임 성적표만으론 수익성 방어가 어려운 상황에서 인공지능(AI)을 앞세워 새로운 산업군에 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산하 NC AI는 최근 패션업계에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바르코'를 공급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NC AI는 지난해 엔씨소프트 리서치본부에서 분사된 별도 법인이다. 바르코를 비롯한 AI 연구개발(R&D)과 신사업 확장 임무를 맡았다.
엔씨소프트는 패션회사가 시즌별 신상품을 기획하는 등 시각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상황에서 바르코 같은 생성형 AI가 적합하다고 보고 신사업 진출에 착수했다. 예컨대 '봄에 잘 어울리는 빨간색 레이스 상의를 만들어줘'라고 요청하면 바르코는 즉시 10가지가 넘는 시안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바르코는 엔씨소프트가 국내 게임사 최초로 개발한 독자 언어모델이다. 이에 따라 한국어는 물론 게임에도 특화돼 시각 작업에서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AI 앱스토어’라 불리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생성형 AI 플랫폼 '아마존 베드록'에도 LG AI연구원·업스테이지 등의 AI 모델과 함께 입점한 바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바르코 판매를 비롯해 다양한 협업이 가능한 패션회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엔씨소프트는 AI 학습용 ‘패션 제품 용어집’을 협력사와 공동 제작하며 패션AI 분야를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 의류나 액세서리 같은 제품 사진을 수집한 뒤 용어집을 기반으로 한 패션 관련 정보를 자동으로 표시해 주는 AI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패션산업을 미래먹거리로 낙점한 것은 리니지 지식재산권(IP)에 의존한 성장 방식이 한계에 이른 영향이다. 엔씨소프트는 주력 장르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시장 내 리니지라이크(리니지류) 범람에 따라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092억원으로 상장 이래 첫 연간적자를 기록했고, 매출 역시 1조578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 줄었다.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12일 실적발표 자리에서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은 한 해였다"며 주주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이에 NC AI는 패션뿐 아니라 챗봇·번역·콘텐츠 등 다양한 산업에 맞춤형 AI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부터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가해 AI 기술을 선보인다.
신사업 발굴 전문가인 임수진 최고브랜드책임자(CBO)는 지난달 초 NC AI 합류 직후 링크드인에서 "앞으로 목표는 NC AI의 기술을 알리고 협업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라며 "초기 무료, 이후 유료화 모델을 도입해 많은 기업이 AI를 경험할 기회를 만들고 점진적 수익화를 추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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