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신임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으로 선출된 송재혁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우리 반도체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야구 경기'에 빗댔다. 한국보다 야구 실력이 뛰어난 국가들을 상대로 도루, 희생번트, 희생플라이 등 다양한 전략으로 승부를 걸어 승리한 경험처럼 반도체 산업에서도 이런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송재혁 사장은 5일 오전 경기 성남시 더블트리바이힐튼 판교에서 열린 '2025년도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연구조합 정기총회'에서 14대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반도체 산업의 본질은 결국 기술 혁신"이라며 "미래시장을 선도하려면 기존의 기술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연구개발(R&D)이 필수적이며, 이를 뒷받침할 산업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 사장은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과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이 새로운 기회이자 위기 요인이라고 봤다.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혁신과 복잡한 글로벌 정세 속에서 한국 반도체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했다"며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은 반도체 산업 전반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줬지만, 동시에 우리가 믿고 있던 기존의 패러다임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제 반도체 산업의 경쟁은 개별 기업의 힘만으로는 절대 이겨낼 수 없다"며 "우리는 '팀 코리아'처럼 하나의 팀이 돼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 반도체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기업 간 연결고리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어 "과거 우리나라가 야구 산업의 저변이 100배 뛰어난 미국·일본 등을 상대로 주자를 내보내고, 한 베이스 더 도루를 하고, 희생번트를 하는 등 끝내 승리를 거둬내는 모습을 봤다"며 "반도체 산업 역시 팀 코리아 정신으로 미래기술 발전·혁신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직은 1991년 김광호 초대 회장(전 삼성전관 회장)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고위 경영진이 돌아가며 맡았다. 관례상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이 신임 회장을 맡아야 하지만, 송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전 부회장이 메모리사업부장·삼성전자 대표이사·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 등 역할이 많아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기총회에선 12기 협회 임원진도 새롭게 구성됐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 조기석 DB하이텍 대표이사 등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및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38명의 임원진이 선임됐다. 협회는 급변하는 대외 환경에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올해 주요 사업계획으로 ▲반도체 투자 확대 ▲국제 통상 대응 ▲인재 양성 등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날 3년간의 회장 임기를 마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격변기를 거쳐온 점을 회고하며 "격랑 속에서도 글로벌 주도권을 놓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곽 사장은 "지난 3년간 우리 반도체는 코로나19 대유행, 유례없는 다운턴(Downturn) 등 격변을 겪었다"며 K반도체의 위상을 지키기 위한 유연한 대응과 기술 혁신을 주문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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