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의약품이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의 의약품 규제 당국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희귀 질환 치료를 위해 긴급한 의약품 개발·도입을 유도하는 제도를 활용해 신약 개발 동력과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보령·한미약품·GC녹십자 등 지난해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의 의약품이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희귀의약품 지정 사례는 16건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도 희귀의약품 지정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일동제약그룹의 신약 연구개발 회사 아이리드비엠에스가 개발 중인 폐섬유증 신약 'IL21120033'이 FDA로부터 특발성 폐섬유증에 대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IL21120033은 면역과 관련한 신호 전달 단백질인 '케모카인'의 수용체 가운데 생체 조직 섬유화, 염증 유발 등에 관여하는 'CXCR7'에 작용하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신약개발 전문기업 이엔셀의 샤르코마리투스병 신약 'EN001'도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EN001은 줄기세포치료제로 세포 노화를 억제하고 치료에 필요한 물질을 더 많이 분비하는 특징을 지녔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손발 변형과 근육 위축을 일으키며 심할 경우 시각과 청력 상실까지 유발할 수 있는 유전성 질환이다. 현재까지 승인된 치료제는 없다.
유럽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는 경우도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의 개발·허가 촉진을 위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후보물질에 대해 임상시험 조언, 허가 수수료 감면, 허가 시 10년간 독점권 인정 등 혜택을 부여한다.
네오이뮨텍의 면역항암제 후보 물질 'NT-I7'은 EMA로부터 급성 방사선 증후군 대상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NT-I7은 암세포 및 감염 세포를 제거하는 'T세포'의 증폭을 유도하는 물질이다. 이 물질은 앞서 FDA에서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희귀의약품이란 적용대상이 드물고 적절한 대체의약품이 없어 긴급한 도입이 요구되는 약제를 말한다. 미국 FDA의 경우 희귀의약품 지정 대상은 20만명 이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희귀질환 치료제다. 지정된 기업에게는 허가 이후 7년간 시장 독점권, 희귀의약품 우선심사제도 적용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특히 독점권 혜택은 다른 기업이 동일한 의약품을 출시할 수 없도록 제한하기 때문에 수익을 독점할 수 있어 가장 강력한 인센티브 제도로 꼽힌다.
희귀의약품 보조금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임상 비용도 지원받는다. 연구개발(R&D)에 들어간 비용의 50%에 대해 세금 감면 혜택과 임상개발 보조금 등을 제공하고, 적응증에 대한 미국 내 임상시험 비용에 대한 25%가량의 세액공제(ODTC)가 이뤄진다. 희귀의약품 지정은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 경쟁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로 평가된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희귀질환은 신약 개발에 대한 경제적 유인이 낮지만 희귀의약품 지정 제도를 활용하면 개발 비용을 지원받고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며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희귀의약품을 개발·승인받았다는 이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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