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벤처기업이 전라남도에 세계 최대 AI(인공지능) 데이터 센터를 짓기로 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대기업도 선뜻 나서기 힘든 사업을 이름도 생소한 기업이 추진해서다.
데이터 센터 규모만 3기가와트(GW)로 단일 기준 세계 최대다. 투입되는 자금만 350억 달러(약 50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에서 오픈AI와 소프트뱅크가 추진 중인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의 하나로 텍사스에 건설되는 데이터 센터의 약 세 배 큰 규모다.
이 프로젝트는 '스톡 팜 로드'(Stock Farm Road)라는 투자 그룹이 맡고 있다. 스톡 팜 로드가 자금 조달 역할을 담당하고 계열사인 퍼힐스가 사업을 주관한다.
스톡 팜 로드는 이달 중으로 국내외 기업과 컨소시엄을 맺고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전망이다. 공사는 올해 하반기 시작해 2028년 완공이 목표다.
특히 이 회사의 대표가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시선이 쏠린다. LS그룹의 장손이자 고(故) 구자홍 전 회장의 아들 구본웅 씨가 그 주인공이다. 구본웅 씨는 런던 및 요르단 기반 투자사 BADR인베스트먼트 설립자인 아민 바르드엘린과 손잡고 스톡 팜 로드를 공동 창업했다.
구본웅 대표는 "이 프로젝트가 한국에 새로운 수준의 기술 발전과 경제적 번영으로 끌어올릴 잠재력이 있다"며 "데이터 센터는 단순한 인프라 프로젝트가 아니라 새로운 디지털 산업 혁명의 발사대"라고 말했다.
구 대표는 LS그룹 내에서도 비운의 인물로 통한다. 일찌감치 독립에 나서며 승계구도에서 멀어진 것은 물론 잇따른 사업 실패까지 경험했다. 한 때 승계 서열 1위였지만 이제는 투자자로 길을 걷고 있다.
1979년생인 구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경제학과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후 2000년대부터 투자에 나섰다. 벤처 투자사인 ‘하버 퍼시픽 캐피탈’(2009년) ‘포메이션8’(2011)을 거쳐 마음캐피탈그룹(MCG)를 운영하는 등 승승장구 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경영난과 함께 2022년부터는 구설수로 오르는 등 내리막길을 걸었다.
LS 오너가와 멀어진 시점도 이 때부터다. 지난 2022년 예스코홀딩스가 구 대표를 상대로 미국에서 법정분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예스코홀딩스는 구 대표가 설립한 미국 벤처캐피탈(VC) '포메이션 그룹'이 점 찍은 해외 스타트업에 수백억원대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지만 손해를 입었다.
이 과정에서 예스코홀딩스는 5384만 달러를 투자했다가 33만 달러만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구 대표는 포메이션 그룹에 대한 파산 신청을 진행했으며 예스코홀딩스의 지분도 정리하는 등 거리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자홍 전 회장과, 구 대표, 구나윤 씨 등 구자홍 전 일가는 사실상 관계를 끊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구 대표가 이번 사업을 계기로 재기에 성공할 지 주목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을 비춰보면 프로젝트에 LS그룹 계열사들이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때문에 이번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지 여부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구 대표 회사 사정만 놓고 보면 투자금 모집이 쉽겠냐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단일 사이트의 가용 전력이 1기가와트를 초과하는 경우가 드문데다 AI 모델이 복잡해지면서 더 많은 전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AI 모델을 개발하려면 2030년까지 5기가와트 이상의 전기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통상 1기가와트는 75∼100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 전남도는 투자사의 내용은 알고 있는 사안으로 국가적 차원에서도 사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AI 데이터 센터 구축은 중요한 문제"라며 "투자사의 경우 이미 검토한 부분으로 이달 중 컨소시엄 체결 및 연내 착공 등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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