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지난달 21일 오후 대만의 타오위안 공항에서는 시끄러운 굉음과 함께 신규 터미널 철골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수도 타이베이시에서 약 40㎞가량 떨어진 이곳은 대만에서 가장 큰 국제공항이지만, 매년 이용객이 급증하자 공항공사가 세 번째 터미널(T3) 조성을 결정했다. 발주 규모는 1조8000억원으로, 당시 대만 내 최대 규모의 공공발주 프로젝트였다. 내년 11월 완공을 앞둔 이 터미널 프로젝트는 지난 2021년 한국의 삼성물산(건설부문)이 수주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대만 타오위안시 그린라인 차량기지에 지역 시장을 비롯한 현지 관계자들이 모였다. 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운행되는 무인경전철 초도 편성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2029년 2단계 개통 후 도심을 거쳐 타오위안 국제공항으로 연결되는 이 경전철은 한국의 현대로템이 공급했다. 한국 기업의 손끝에서 탄생한 시설을 거쳐, 대만 수도의 '공항에서 시내까지' 이동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한국 기업들이 대만의 사회기반시설(SOC) 사업에서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공항이나 철도, 교량 같은 대규모 시설뿐 아니라 쇼핑몰이나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백색가전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대만 현지 조사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기업의 가전 시장 점유율이 35.5%(지난해 10월 기준)를 기록, 대만 시장에서 전통 강자였던 일본 기업(소니, 파나소닉) 점유율(28.4%)을 크게 앞섰다. 단독 점유율 20%를 웃돌던 소니와 10% 초반 수준을 유지하던 파나소닉이 동시에 부진한 흐름을 보인 반면, K가전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결과다.
유통 기업 가운데서는 2022년 10월 진출한 쿠팡이 입소문을 타며 발을 넓히고 있다. 구체적인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범석 쿠팡 의장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면서 "대만 로켓배송의 작년 4분기 순매출은 전 분기 대비 23% 증가했다"면서 관련 사업의 성장세를 언급한 바 있다. 글로벌 트래픽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쿠팡 대만 사이트의 월간 방문자 수는 지난 1월 370만 명으로, 2023년 10월(140만 명) 대비 2.6배 급증했다.
현지 관계자들은 대만 최대 온라인 유통 업체인 모모를 위협할 정도로 쿠팡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모가 후발 주자인 쿠팡의 '온라인 후기 서비스'를 따라 할 만큼 현지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와우 멤버십이 활성화되면 또다시 지각변동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쿠팡을 통해 한국의 중소기업 제품들이 자연스럽게 유통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이 밖에 골프 IT 플랫폼 스마트스코어가 지난해 5월 대만에 진출했고, 2021년 현지 법인을 세운 KT&G가 올해부터 직접영업을 시작한다. 젝시믹스, MLB, 디스커버리 등 한국 패션 브랜드들이 K컬처 바람을 타고 호응을 얻자 최근 매장 수를 늘려나가고 있다고 현지 관계자는 전했다.
타이베이(대만)=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