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지난 21일 대만 타이베이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TWTC 인터내셔널 트레이드 빌딩에서 만난 이영기 코트라(KOTRA) 타이베이 무역관장은 '시장으로서의 대만'을 거듭 강조했다. K컬처를 타고 한국 화장품이나 의류 등 소비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동시에, 전략 산업인 인프라 분야에서도 발 빠르게 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장은 "대만 기업들이 서서히 탄소 배출량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탄소 저감 효과가 탁월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 목록을 계속해서 확보하고 있다"면서 "한 한국 기업은 TSMC가 관리하는 기업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가, 10년여 공을 들인 끝에 납품 기업에 들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이면 반드시 기회가 생기고, 한 번 기회를 갖게 되면 파트너사 변동을 꺼리는 대만 기업들의 특성상 공동운명체가 돼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장은 이를 '대만적인 관계'라고 표현했다.
대만의 전력 부족 문제도 국내 기술 기업 진입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라이칭더 총통은 전력 시스템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으로 재생에너지원의 다양성을 도모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가 부총통이던 2022년 당시 수립한 '2050 탄소중립' 정책에 따르면 대만은 2050년까지 지열발전 3~6.2기가와트(GW), 바이오매스 1.4~1.8GW, 해양에너지 1.3~7.5GW, 수소에너지 7.3~9.5GW를 누적 설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태양광과 해상풍력의 경우, 각각 40~80GW, 40~55GW까지 설비용량을 늘릴 계획이다.
정책 목표에 따라 대만은 분야별 발전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법제 정비와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는 한발 앞선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5월 풍력 타워 및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제작 기업 씨에스윈드는 대만에 윈드타워 공급하는 601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같은달 대만 대표단은 한국 기업인 HD현대와 효성중공업을 찾아 실무진과 수소·해상풍력 분야 협력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는 "대부분의 인프라 조성 사업은 대만이 직접 추진하지만, 전력이나 에너지 등 분야에 있어서는 해외 기업과의 협업을 많이 한다"면서 "기술 교류의 역사가 긴 일본과의 협업이 많은 편이지만, 사회기반시설(SOC) 방면으로는 레퍼런스만 쌓이면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전했다.
타이베이(대만)=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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